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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20. 2023

98. 손절

내가 너를 손절한 이유.

한때는 외로워서, "혼자 있기"를 하지 못해서 정말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만나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찝찝하고 체하는 사람들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귄다는 명목하에,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이 있잖아 하며 그래도 가족이고, 선배고, 언니고, 동기고, 친구고, 후배고, 동생이니까 - 라며 관계를 유지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어갔던 시간과 돈은 인생 수업료라 치더라도

당시 썼던 나의 에너지(집중도)와 다쳤던 감정과 마음을 생각해 보면,

역시나 손절을 하는 게 옳았다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더 빨리 했었어야 했다.

혼자 있을 줄 모르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물론 손절보다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내공과 기술력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

시간을 굉장히 함부로 보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내 시간과 건강이 중요했다.

배수진 치듯 잘라내야 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 욕을 하고, 다른 사람 말을 전하고, 불평불만만 가득하고 - 무엇보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냥 마음이 닫힌다. 아무리 서로 대화를 하고 경청을 해도 - 그 어렵다는 경청이라는 걸 서로 하고 있어도 - 그 경청이라는 것도 쓸모없는 경우가 있더라.





역으로 그래서 누군가 나를 손절해도 상관없다.


그게 오해로 인한 거든, 타인의 겁박으로 인한 거든, 우리 집이 기사 아저씨가 있을 정도로 잘 살았다가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아서 오는 실망이든, 내가 당신이 원하는 얼굴을 갖고 있지 않아서든, 네가 원하는 나이, 몸매가 아니어서든. 상관없다. 오히려 좋다. 먼저 떨어져 나가 줘서.  




따뜻하고 좋은, 건강한 사람들하고만 있으니까 이제 더 잘 알겠어.

나는 진작에 널 손절했어야 했다는 걸.




그 사람들은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

매 순간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나를 웃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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