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이 처음인 워킹맘 to do list #1
내 mbti는 ISTJ이다.
돌발상황까지 대비해서 무엇이든지 사전에 계획해 놓는다.
복직을 약 4주 앞두고 이모님을 구하게 된 거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이 내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복진 전 이모님을 구하려는 워킹맘이여,
2-3달 전에는 움직여야 한다.
#1. 연장반은 아무나 보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이를 어린이집 연장반에 보낼 생각이었다.
생후 8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서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걸 좋아했고, 아이가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사람 쓰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직 1달 앞두고 아이 담임선생님과 연장반 적응하기 플랜을 세웠다. 일주일씩 하원시간을 30분씩 늦추는 것이다. 서서히 하원시간을 늦춰서 복직하기 전 주에는 엄마가 하원하러 오는 시간까지 아이가 원에 있도록 하고자 했다.
첫 주, 즉 학원 시간을 30분만 낮췄을 때는 아이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보여서 하원시간을 추가로 30분 늘렸다. 첫 번째 날은 아이가 어리둥절하면서 하원했다. 두 번 째날부터 아이가 원에서 이상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을 잡은 모양이다.
아이는 밤새 내 품에 안겨 울었고 아침에는 세상 불행한 사람처럼 어린이집에 가기를 거부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원에 보내놓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처음이라 적응하느라
아이가 힘들어하는 거고 아이도 적응할 수 있다고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지만, 아이가 좋아하던 공간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
연장반 연습 2주, 2일 만에 이모님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장반은 멘털이 강한 사람만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2. 불경기라면서 왜 이리 사람 구하기 어렵나?
다행히 귓동냥으로 들은 게 있어서 맘시터, 시터넷 등 매칭 플랫폼에 가입해서 사람을 구한다고 공고를 냈다. 친구들의 추가 조언을 받고 다음날 당근마켓에도 올리고, 아파트 전단지도 붙였으며 동네 터줏대감이라고 보이는 아이 친구 할머니에게도 혹시 주변에 하원도우미 하실 분 없는지 여쭤봤다. 돌봄 서비스도 가입했지만 내 앞에 대기가 40여 명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잘되고 떼쓰지 않으며 활발한 성격의 여자아이, 집안일 없이 아이만 봐주는 조건, 시급도 시세보다 높여서 올렸지만 면접 보러 온다는 사람이 없었다. 뭔가 잘 못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월 단위로 환산했을 때 충분한 소득이 되지 않아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을 늘리고 시세는 평균 시세로 고쳤다.
공고를 수정하고 나니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 채널 별로 봤을 때,
제일 불만족스러웠던 것이 맘시터이다.
해당 채널로는 단 한분만 만날 수 있었다.
유료서비스 주제에 제일 형편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구인을 하는 사람도 돈을 내야 하지만 구직을 하는 사람도 돈을 내야 서로를 열람할 수 있다. 구인을 하는 사람은 절박해서 돈을 내지만
구직을 하는 사람은 굳이???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면서 실적은 하나도 못 내는 최악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동네별 차이는 있을 것 같다.)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곳은 당근마켓이었고
예상치도 못하게 아파트 전단지를 통해서도
한 분을 만났고, 지인 소개도 한 분 받았다.
그래도 엄청 많은 후보들 중에
나의 아이를 돌봐주실 분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불경기라더니 구직난 못지않은
구이난을 경험했다.
#3. 운명의 그분을 만나기.
우리 아이는 2주 동안 두 번의 헤어짐을 경험하고
세 번째 만난 이모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처음 두 분 모두 좋은 분이었는데,
두 분 모두 사정이 생겨서 못 오시게 되었다.
첫 번째 분이 못 오겠다고 전화 주셨을 때 느꼈던 그 절망감, 두 번째 분도 인연이 아닌 것 같다며 울먹이던 전화를 받았을 때 느꼈던 그 좌절감.
처음에는 순진하게 그분들이 사정이 생겨서 못 오는 건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냥 조건이 안 맞아서였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사이 면접 보는 스킬도 늘고 오기로 해도 안 올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해놔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복직은 바로 다다음 주인데,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은 조급하다. 담임선생님은 아무나 구하지 말고 일단 연장반 보내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그 사람과 계약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결국 돌아 돌아 연장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은 다 인연이 있는 것 같다.
극적으로 복직 전 마지막 주에 한 분을 더 만났다.
결과적으로는 세 번째 오신 분이 제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분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상황을 겪으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면
그 친구들도 돌봄 선생님 구하는데 나름의
고충들이 있었다. 사람을 못 구해서
휴직을 연장한 친구도 있었으니
우리 집 정도면 양반인 편인가.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거다.
여의치 않은 자는 운에 기대지 말고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밖에.
이모님을 구해서 한 시름 덜었지만
걱정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가족이나 이모님 가족이 코로나 혹은 독감
에 걸릴 수도 있고 내가 출장을 갈 수도 있다.
거기까지 설계하자니 골치가 너무 아파서,
그건 그때로 미뤄보기로 한다.
출근 일주일 만에 벌써 아이가 아픈데,
어차피 인생사 인력으로 되지 않는다.
내일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등원하고
이모님이 하원시켜주시는 내가 그린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