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흔적들

졸업장, 수료증, 상장, 성적표의 의미 (부모님의 사랑)

by 람지쓰


회사에서 간부직원 학력정보를 조사한다며 링크를 하나 보내왔다.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다가도 한평생 말 잘 듣는 모범생이자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책장에서 졸업장을 뒤적거리며 또 열심히 기입했다.


그러다 책장에서 반가운 문서들을 발견했다.

내 유치원 수료증이었다. 아이가 가끔 엄마는 어떤 유치원 다녔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이름도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나서 아무 이름이나 주고 얼버무렸는데 이제 정확한 이름을 댈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치원 때 친구들 참 좋아했는데, 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연락이 다 끊겨 버렸다. 잘 살고들 있겠지?


문득 지난달에 아이가 받아온 유치원 수료증이 생각났다. 거실 찬장에 대충 올려놨었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아이가 살아간 삶을 나타내는 기록으로 소중한 문서로 느껴지면서 즉시 수거해서 내 기록들이 모여 있던 책장에 잘 꽂아 두었다. 어린이집 수료증도 있길래 그것도 같이 모아놨다.




우리 시대에는 상장, 수료증을 하드커버로 된 상장케이스에 넣어서 줬었다. 무겁고 돈 아깝게 왜 이렇게 하나 싶었는데 그 케이스 덕에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문서가 잘 보관되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 케이스를 열 때 굉장히 두근두근하며 특별한 것을 마주한 느낌마저 든다.


아이의 수료증은 얇은 종이 케이스에 담겨 왔다. 아이의 문서들을 잘 보관해 둘 수 있는 케이스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아둔 상장, 성적표등이 내가 인생을

얼마나 착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나타내는 이정표라고만 느낄 때도 있었다. 이 정도면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부모가 된 지금은, 이 서류들이 내 손에 있다는 것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부모님이 잘 보관하시고 물려주셨기에 40살 먹은 내 손에 있겠거니 싶으면서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모의고사 성적표들을 펀치로 뚫어서 철하시거나 학교에서 받아온 온갖 자료를 보관하셨었다.

“엄마 이거 어딨 어?”라고 물으면 서랍에서 뒤적 쥐적하다가 내 손에 찾는 물건을 쥐어주시던 모습이 사뭇 그립다.


날이 따뜻해졌으니 조만간 꽃 한아름 들고 추모원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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