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람지쓰 Feb 09. 2023

복직 후 첫 출장 복귀 길에 생긴 일

복직한 워킹맘 에피소드



재밌는 하루가 되리라 기대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주어진 자료를 읽고, 요약하고,

주변 자료까지 서치해서 준비해 놨다.

무겁지만 아이패드와 무선 키보드도 챙겼다.

열차 안에서 읽을 책도 준비했다.


나는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나의 출장은 거의 9년 전에 당일치기 국내출장이 전부였다.

이번에도 당일치기 출장이긴 했지만,

직책자가 되고 나서 첫 미션이었던 만큼

나름의 각오도 있었고 기대감도 있었다.


아침에 문자 하나를 볼 때까지 참 완벽한

출장이 될 거라는 기대에 기분이 고조되고 있었다.

팀장님께서 열차에 탑승하셨고

도착지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아, 내가 기차를 놓쳤구나.





다행히 신은 나를 버리시지 않았다.


신랑은 재택근무를 신청해 놨고,

어젯밤에 동생이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묵었다.

신랑은 아이를 동생에게 맡기고

나를 차에 태우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너무 늦지 않게 출장지에 도착할 수 있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신랑과

팀장님과 담당원 덕분에 멘털을 부여잡고

기차 안에서 자료를 다시 훑어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출장지에 잘 도착했고, 미팅을 하면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들을 메모했다.

아이패드 덕분에 자료를 바로 정리해서

담당에게 공유도 했다.


나의 역할을 끝내고 돌아오는 열차에 올라탔다.

아침에는 여유가 없어서 주어진 지유시간을

만끽할 수가 없었는데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가벼웠다.

20시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신랑이 시켜놓은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앞 열차가 사고를 당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열차는 멈춰야 했고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정방향 창가 빈좌석을 예매하다 보니

유아동반석으로 예약했는데,

아가 고객도 이 열차를 타고 있었다.

아가는 지쳐갔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여태 조용히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객실 내 외국인 승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현재 시간 21시 20분,

우리 열차는 아직 정차 중이다.




아침에 기차를 놓쳐서 놓친 기차에 대해서 40% 수수료를 제외하고 기차표 비용을 돌려받고

새로 기차표를 발권했다. 회사비용으로 처리한 부분이어서 40% 수수료는 내가 부담하는 것으로

사측과 이야기해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열차가 코레일의 귀책사유로 도착시간이 60분 이상 지연되면 표값의 50%를 반환해준다고 한다.

오 그러면 이걸로 퉁치자고

이야기해볼 수 있겠는걸?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집에 가고 싶다.


오늘 중으로 집에 갈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