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 김밥 싸는 아침

내가 정말 엄마가 되었구나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 인가요?

by 람지쓰


고맙게도 유치원에서 토요일 오전,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해 줬다.

도시락과 마실 것만 챙기면 되는 단출한 소풍.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김밥이 먹고 싶어?”

“햄, 달걀, 단무지!”

아빠 김밥엔 당근과 어묵까지 살짝 더하기로 했다.




새벽 6시.

눈뜨자마자 밥을 안치고 당근을 썰기 시작했다.

그때 도도도— 작은 발소리.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를 찾아왔다.

“엄마 여기 있어!”

안심한 아이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나는 다시 조용히 당근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아… 나 정말 엄마가 되었구나.




우리 엄마는 어떤 김밥을 해주셨더라.

햄 대신 불고기, 절인 오이와 시금치, 어묵, 단무지, 달걀, 우엉까지.

영양소와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김밥.


마지막으로 먹은 건 고등학교 때였다.

시험이 끝난 날, 친구들과 집에 와서

엄마 김밥을 나눠 먹던 기억.


나는 이제, 엄마의 김밥을 다시는 먹을 수 없다.

하지만 딸에게 김밥을 마는 지금,

그 기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짧은 회상을 접고

김밥을 썰었다.

남편 것은 일회용 용기에,

작은 아이 김밥은 도시락통에 정성껏 담았다.


“맛있다! “며 김밥을 입에 쏙 넣는 아이.

“잘 다녀올게!” 웃으며 나서는 남편.


그리고 나는, 미용실로 향했다.


추억을 소환해 주고

잠시의 자유시간까지 선물해 준 유치원에

마음 깊이 감사를 보낸다.




#작은 질문

엄마가 싸주신 소풍날 김밥의 맛,

기억나시나요? ​​


#작은질문나를꺼내는시간

#감성글쓰기루틴


작은 질문 하나로 마음을 꺼내보려 합니다.

지나쳐버린 장면을 붙잡아볼게요.

‘작은 질문, 나를 꺼내는 시간’은 계속됩니다.

보라색 다람쥐 엄마와 뀰이의 하루는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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