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골목에서 마주친 기억

백차 한잔과 함께한 초여름 저녁

by 람지쓰

북촌, 2025.06.12


평일 늦은 오후, 짧은 시간이 주어져 북촌을

걷게 되었다.


대학 시절, 시험이 끝나고 날씨 좋은 주말이면 자주 찾았던 삼청동과 북촌을 떠올리며 골목골목을 걸었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가게도 있었고, 새롭게 들어선 가게들도 보였다.


수능을 덕성여고에서 봤었다. 제2외국어 시간에 울려퍼지던 절의 종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가을, 경복궁 돌담길을 참 좋아했다. 서늘한 공기가 볼을 스칠 때의 기분이 좋았고,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이 설렜다.


친구에게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를 골라주기도 하고, 와플집에서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바삭한 와플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시절의 그 사람들, 다 잘 지내고 있을까.




골목을 걷다 우연히 찻집을 발견했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걷다 보니,

냉침된 백차가 유독 맛있고 깊게 느껴졌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한 잔을 주문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기왓장과 나뭇가지,

목으로 시원하게 넘어가는 청량한 백차.

아이스 아메리카도 좋지만, 냉침된 백차는 여름의 맛을 배로 올려준다.



예전엔 늘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혼자, 오롯이 내 취향에 맞는 장소와 물건을 즐기는 시간이 더 좋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기록하는 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해진다.


향수 한병과 아이 발레복 한벌을 구입했다.


아이와 만날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시장에 들러 프라이팬과 다음 날 먹을 빵, 저녁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샀다.


평소보다 많이 걸어 두 뺨은 햇볕에 붉게 익었지만, 마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 여운을 집에서도 오래 느끼고 싶어 백차와 티머그를 하나 샀다. 남편에게도 차 한 잔을 우려 주며, 이 여유를 함께 나누고 싶다.

백호운침과 마먕갸토의 딸기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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