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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티 내음

용서의 순간

by 허브티

결혼 전 일이다.

퇴근길에 내 흰색 남방을 몰래 입고 친구와 웃으며 걸어가는 남동생과 딱 마주쳤다.

내게 말도 없이, 내 물건에 손을 댔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화가 나서 옆에 친구가 있든지 말든지 동생 면전에 마구 화를 쏟아부었다. 친구 앞에서 누나의 화를 받아 내느라 동생은 머쓱해하고 무안해하고 몹시 당황해하였다.

그 당시 내가 좀 너그러운 누나였다면 "용서의 순간" 이 작동하여 심히 째려보기는 했을지언정 꾹 참아 동생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을 텐데.

동생이 집에 돌아온 후에 다다다 했어도 되었을 텐데.

동생아,

이 속 좁은 누나 용서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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