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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이 Jun 04. 2024

숙소를 정하자

느리게 한국

24, 나의 첫 배낭여행지는 인도였다. 친애하는 언니의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듣고 홀딱 반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별 다른 계획 없이 저가 항공사의 프로모션 편도 티켓을 끊었다. 날짜는 기억하기 쉽게 1월 18일. 델리에서 시작해 맥그로드간즈, 바라나시, 조드푸르, 우다이푸르, 푸쉬카르, 콜카타까지 3개월 동안 싸구려 도미토리를 전전하다 급성에이형 간염이라는 병을 얻었다. 다행히 친절한 한국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도 가고 열심히 쉰 덕분에 태국 여행을 한 달 더 할 수 있었지만 인도 싸구려 호텔방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가 있었다. 그때는 어차피 잠만 잘 거니까 숙소값은 아끼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여행하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도미토리 특성상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거나 일정 부분 동행하는 것도 좋았다.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요즘은 처음 보는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이 조금 힘들다. 이제는 그냥 혼자 차분히 방에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눈치 볼 것 없이 온전히 쉬고 싶은 마음뿐. 몇 번의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 숙소를 가장 먼저 알아보게 되었다는 것. 잠을 자는 곳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한국에는 모티프원을 시작으로 머물러 보고 싶은 공간이 참 많다. 여전히 나는 읽고 싶은 책만큼이나 여행 가고 싶은 곳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정소감의 김혼비 작가님처럼 삶에 가능한 한 오래도록, 꼿꼿하게 머물고 싶어 진다.



또 가고 싶은 한국 게스트 하우스 3곳


광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


여수, 그림정원게스트하우스


군산, 소설여행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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