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자니 불안하고, 붙잡고 있자니 아이의 날개를 꺾는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잠을 못 자서 힘들고,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니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 스트레스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조금씩 자기주장이 생겨서 막무가내로 때를 부린다.
유치원에 들어가니 이제 조금 말귀를 알아들어 막무가내로 떼를 쓰지는 않는다.
친구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니, 아직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친구가 되니,
자칫 아이싸움이 어른싸움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타툼에 아이들은 돌아서면 화해를 하는데,
오히려 어른의 잣대로 부모들은 감정이 남는다.
이제 좀 크면 스스로 밥 먹고, 학교 가고 할 수 있을 테니 아이를 쫓아다니는 일에서 해방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기대를 해보지만,
육아 선배들 말이 육아는 아이가 커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고 한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큰 사고를 칠 수 있고, 더욱 통제도 어렵다고 한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여러 권의 육아서도 읽고, 아이를 잘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커갈수록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간섭의 정도를 점점 줄여서 나중에 스스로 독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공감하고, 나도 그렇게 키워보자고 다짐하는데,
다른 집 아이들은 침착하고, 똑 부러지는데,
내 아이는 왜 이렇게 산만하고, 천방지축이고, 늘 불안하기만 한지,
결국 오늘 터지고야 말았다.
나는 아이의 친구인 A가 마음에 안 든다, 그 엄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내 아이는 그 아이가 좋단다.
아이가 좋다니 사회적인 관계로 아닌 척을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가 터지고 말았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어른의 이해관계로 계산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꾹꾹 누르고 있었지만,
나의 참을성의 한계를 넘고야 말았다.
사회적인 관계가 있으니 상대방에게 화를 낼 수는 없고 아이에게 화를 내고야 말았다.
아이는 엄마가 갑작스럽게 화를 내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무엇에 화가 났을까?
내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친구들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싫었다.
나의 잣대로 볼 때, 상대방의 아이는 내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 아이는 그 친구가 좋다고 쫓아다니는 것이 싫었다.
누구를 위한 화였을까?
아이는 엄마가 화를 내는 이유를 전혀 모르고, 상대방의 아이와 그 부모는 황당할 뿐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인격이 덜 된 인간인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아이가 잘해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고, 기회를 주고 실수를 해가면서 스스로 독립해 나가는 것인데,
이론적으로는 너무도 합리적인데,
혹시라도 내 아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될까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내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아이가 있는데, 그렇게 크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어난 일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려본다.
화를 낸 것이 너무나도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이미 나는 화를 내버렸다.
어차피 일어난 일 과보는 받아들이기로 하고, 또한 이번의 실수로 내가 정말로 불안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보고 불안이 너무 심한데, 상담 좀 받아보라고 했을 때,
"나한테 너무 심하게 말하는 것 아니야? 이 정도로 무슨 불안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번뜩 차려진다."
법륜스님 말씀에 내 말을 잘 듣는 아이는 내 수준으로 크는 것이고, 내 말을 안 듣고 나를 넘어서야 나보다 더 큰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을 늘 새기고 있으면서도, 내 수준으로 자라도록 키우고 있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걱정이 놓아지지 않는다.
걱정하면, 나의 기운이 걱정하는 일들을 불러일으킨다고 어느 책에서 읽었었는데,
왜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의식 깊은 곳에 내가 행복하면 누군가 질투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의식이 나 혼자만의 삶이라면, 어떻게 그럭저럭 살아가보겠는데,
아이와 관련된 일이니 그냥 살아갈 수가 없다.
다시 정신 차리고, 오늘부터 1일 해야겠다.
일을 하면서도 나만 아이를 챙겨주지 못해서 아이가 뒤쳐질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온전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나도 내 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 일이 있어야 아이에 대한 집착과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