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
한 참 동안 블로그 글쓰기를 못하고 있었다.
글쓰기보다 더 우선순위가 있었고, 나의 원씽에서 블로그 성장은 2순위로 밀려나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강릉에서의 교통사고로 강릉 본가에 다시 방문해야 했고,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항상 휴가 때 왔다가 돌아가는 것이 루틴이었는데,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쉬웠던 것들을 바로 다시 채울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로 했다.
루틴이 변경되니 뇌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누군가에겐 강릉이 휴양지이지만 결혼 이후 나에겐 본가가 되었다.
강릉을 주제로 포스팅을 해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반짝!
한 번 아이디어를 붙잡으니 줄줄이 사탕으로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강원도 여행 사진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강원도에 많은 발자국을 남겼었다.
워낙 사진 찍는것을 귀찮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어디선가 사진을 찍느라 정작 눈과 마음에 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어설프게 실천 중이었는데, 포스팅을 하려니 사진이 아쉽다.
여행, 맛집, 카페 등 골고루 포스팅을 하려는데 맛집이나 카페는 사진이 진짜 없다.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괜찮아 보였는데, 역시나 맥주사진 한 장이 전부다.
그렇게 나는 포스팅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로 혼자 출발하게 되었다.
혼밥, 혼커피는 익숙했지만 혼술은 정말 처음이다.
혼밥은 밥을 열심히 먹으면 되고, 혼커피는 사실 혼커피라는 용어자체가 쓸데없어 보인다.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니까.
혼술이 더 난도가 있는 이유는 술이라는 것은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술을 굳이 술집에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사실 사진만 찍고 나오면 되는데, 아이도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귀하게 얻은 이 시간을 그냥 버리고 싶지 않았다.
오늘 나의 pick은 백일홍 레드 에일
호가든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조금 더 깔끔한 맛이고, 입안에 남아있는 향이 좀 더 가볍고 상쾌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지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면 나에게 좀 더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
솔직해야 서로 신뢰할 수 있다.
포스팅이 아니었다면 혼자 나서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한 가지 추가했고, 내 인생은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
너무 취하지 않게 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질 정도만!
맥주 한 잔이면 족하다. 그렇게 집에 오는 길에 다시 한번 나의 내면과 마주하며, 만족스러웠던 ‘강릉 버드나무 부르어리’에서의 나의 첫 혼술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