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복이 되고, 복은 다시 화가 되기도 한다.
불교용어에는 윤회가 있다. 원래 뜻은 삶과 죽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뜻인데, 존경하는 법륜 스님께서는 인생의 고와 락이 윤회한다고 해석해 주셨다.
인생의 윤회를 끊어내면 영원한 행복으로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교통사고는 나만 잘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아무리 안전운전을 한다 해도 교통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인생처럼 말이다.
강원도가 본가이다 보니, 여름휴가는 항상 본가에서 보낸다. 이번 여름도 본가로 향했는데, 본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상대방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우리 차의 옆구리는 박살이 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차는 공업사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고, 강원도가 휴가지라 그런지 사고차량이 많아 수리하는 데 최소 1주일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는 3박 4일뿐이었고, 집에 갔다가 다시 차를 가지러 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휴가철에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아무래도 많은 차들이 이동하다 보니 사고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차사고가 너무 많아서일까? 나의 사고는 빠르게 처리가 되지 않고 지지부진했고, 요즘 달리는 차끼리의 교통사고는 절대로 100:0은 판결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실이 없다는 확신이 있는 상황이라 혹시라도 우리의 과실이 10%라도 잡힐 경우 재판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상대방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단다. 과실은 따질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설마 양심이 없는 거야? 블랙박스 영상까지 있는데 그렇게 주장한다고?
나는 너무 화가 났고, 이번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보험사도 내 생각처럼 일을 처리해주지 않아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 설마 상대가 피해자라고 주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보험사가 상대방과 이야기를 한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자차보험으로 수리를 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했다.
수리된 차를 찾기 위해 강원도 본가로 다시 향해야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조금 여유롭게 가서 아이 물놀이나 한 번 더 시켜주자 하는 마음에 일정보다 이른 출발을 하였다.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보험사와 통화하느라 출발은 늦어졌고, 그날은 물놀이를 포기해야 해야 했다.
물놀이나 실컷 하려고 했는데, 첫날부터 어긋나 버렸다.
저녁 먹다가 우연히 강릉까지 가서 집에만 있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아가씨가 좋은 꿀팁을 준다.
요즘 낮이 너무 더워 해질 무렵 강원도의 노을이 그렇게 멋지단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나섰더니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
바닷가에 가면 어두워질 것 같아서 이왕 밖으로 혼자 나온 거 포스팅하려고 계획했던 곳으로 발길음을 옮겼다.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 사진이 필요했기에 굳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필요는 없었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으려나 싶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혼자서 혼 술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포스팅을 위한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저녁시간에 혼자서 나오지 않았으리라, 덕분에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과 대화하며 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지난번에는 계곡에서 놀았으니 이번에는 바닷가로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요즘 같은 땡볕에는 바닷가에서 노는 것은 더 불편함이 있다.
해가 쨍쨍한 날은 모래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파라솔 정도로는 그늘을 피할 수도 없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수 있다고 했는데, 비는 안 오고 날씨만 잔뜩 흐렸다.
바다는 흐린 날이 놀기에 더 좋다고 어머님이 말씀해 주셔서 날씨는 흐렸지만 바닷가로 향했고,
난 생 처음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는 하루를 보냈다.
미리 준비해 간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갔다. 물살을 가르며 원 없이 수영을 하고 즐겼다. 아이도 물에서 놀다가 바닷가 모래놀이도 했다가 나이가 비슷한 형아를 사귀어서 함께 놀다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어제 찍지 못한 노을을 기필코 찍으리라 마음먹고, 어디로 갈지 장소도 미리 알아보고, 출발 시간도 정해두고 준비해 두었다.
한 참을 기다려 노을 사진을 찍고, 카페에서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고요하게 마음을 들여다본다.
아! 진짜 만족스러운 휴가였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하루였다.
살면서 이렇게 만족스러운 휴가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이번이 최고였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나는 강릉에 다시 내려올 일이 없었고, 그렇다면 내가 보낸 이틀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없었으리라, 너무 만족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 참을 방황하던 시절,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다. 그때 수행자가 무엇인지 들었고, 수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항상 부정적이고 걱정이 많은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 있다.
안 되는 것이 잘 되는 것이다.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저 말을 알고 있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를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중생이라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꼭 그 끝이 좋은 지, 안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당장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싶을 뿐.
육아하고, 살림하고, 돈 벌고, 자식노릇 하느라 분주하게 살면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다시 마음이 힘들어지니 떠올랐다.
안 되는 것이 잘 되는 것이고,
인생사 새옹지마
그저 내가 할 일은 지금 깨어 있는 것.
이제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남은 절반은 다시 깨어 있는 삶으로 채워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