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족을 모르지

학교는 어떻게 굴러가는가

by 당신과지금여기에

# 수업 vs 업무


교사의 가장 큰 일은 수업?

맞다. 수업

그런데 문제는 수업을 잘하냐 못하냐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는 못하면(혹은 안 하거나) 바로 티가 난다. 그래서 업무 맡기를 다들 꺼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업이 엉망이 되면 셀프디스로 기분이 나빠지지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타인에 의해 비 자발적으로 기분이 나빠진다. (간혹 완벽주의자들은 티 나지 않는 업무 실수도 셀프디스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학교에서 타인의 업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교사의 업무 중에 상당수가 예산을 쓰는 업무인데 이게 행정실과 연계되어 있을 때가 많다. ( 보통의 교사들은 행정실과 엮이는 걸 싫어한다. 나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분석해 보자면 행정실은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행정실은 말 그대로 행정을 보는 업무이니 나름의 행정체계에 맞게 굴러가는데 교사들은 그걸 모르니 서로 무식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행정실 왈 :"아니 품위를 이렇게 올린다고?" 교사 왈 :"아니 행정실에서 이것도 안 해준다고?" )


옮긴 학교에서 나의 위치는 담임도 부장도 아닌 전담이다. 그냥 수업만 하는 전담이면 좋으련만 주당 21시간의 담임과 비슷한 수업시수에 문화예술 업무를 붙여 받았다. 솔직히 점수가 필요해서 내가 원해서 받은 자리인데 이제 와서 이러쿵 저렁쿵 말하는 게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특히, 대한민국 사람은 비교의 천재들 아닌가. 학교라는 좁은 사회 안에서 나와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을 비교하며 키재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논의는 사서교사나 보건교사 등 비교과는 제외했습니다. 교대 나온 사람들끼리의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1. 학년담임

-1학년은 아이들이 너무 귀엽지만 입학식과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도사리고 있다. (1년 가산점 0.5)

-6학년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고 운때(?)가 맞으면 정말 스마트하게 학급 운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에 급변하는 아이들 리스크 + 수학여행 리스크 + 졸업식 업무가 더해진다. (1년 가산점 0.5)

-2학년은 비교적 편한 학년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간다. (1학년보다는 성장한 아이들이고 하교시간은 1학년과 동일하기에 성향만 맞으면 괜찮다.)

-3, 4학년은 중학년으로 초등교사의 담임스킬을 쓰기에 적당한 학년이다. 과목이 많아지지만 전담 시수가 들어 있어 나쁘지 않다.

-5학년은 어중간해서 항상 자리가 남는 학년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요즘은 5, 6학년의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전담도 지원이 많이 되게 배정하는 추세이다.


-> 대신 담임은 담임수당(작년에 인상되어 이제 20만 원)을 받는다. 거기다 학년 부장까지 하면 부장수당까지 받을 수 있다.


2. 업무부장

학교마다 부장들의 업무가 약간씩 차이가 있을 테지만 교무, 연구, 생활, 자치, 정보, 체육이 있다. 부장은 전담을 맡고 부장수당(15만 원으로 알고 있음)을 받는다. 자치부장은 행복학교 기조에 따라 기세(?)가 거세어지면서 부장까지 생겨났는데 그 철학은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치위원을 뽑아 학생 다모임을 계획하고 조직한다. 또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조직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초등에서 그것이 가능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긴 하지만 (똑똑하고 말 잘하는 아이들이 다모임 때도 빛을 발하니까) 일단 민주적인 틀은 갖춰 있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학생 다모임에서 결정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선생님들을 쪼아댈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다모임에서 학교 축제를 의논해 보고 3일 동안 축제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면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교사다.

(전담을 맡으면 지역이동 점수 1점과 부장점수 1점 도합 2점을 얻을 수 있다.)



3. 잉여

학생수에 따라 (학급수였나?) 전담 인원이 배정되는데 우리 학교는 부장이 가져가는 전담 6자리를 제외하고도 남는 자리가 무려 5자리였다. 그래서 부장 아닌 전담이 5명이다. (전담점수 1점)


행복학교 난제

1. 담임들의 고유업무인 아이들과의 수업 시간 관계 형성을 위해 학교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

(즉 업무분장표에 담임들의 업무는 하나도 없다.)

2. 남은 업무는 부장들이 나눠갖는다. 아니 정확히는 담임 아닌 교사들.

(부장들은 업무를 많이 하니까 수업시수를 적게 가져가고 부장 아닌 전담들이 수업시수를 21시간 정도 가져가게 되었다.)



나는 5학년 과학을 맡아 7 반씩 3시간 수업으로 주당 21시간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맡았다.



아, 적어 놓으니 별거 아니네ㅎㅎㅎ



내가 전담점수가 필요해서 써놓고 뭔 말이 그렇게 많으냐.ㅎㅎㅎ

그런데 내가 속이 좁은 건지 그릇이 작은 건지 담임이 아닌 11명의 교사를 한데 일컬어 업무행정팀이라 부르며 학교의 대소사?를 이들이 해결한다. 학교의 큰일이 있으면 함께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꼭 11명의 사람들의 이름 옆에 업무가 적힌 종이가 날아온다. 그리고 원팀을 강조한다. 마치 이 학교를 위해 우리는 희생하는 천하무적 원팀이로소이다. 느낌이다.


학교의 큰 행사 중 하나인 교육과정 설명회.

우리의 업무 중에 학급 대표, 학년 대표 뽑기가 있었다. 교육과정설명회에 온 학부모를 학년별로 앉혔던 이유가 설명회가 끝나고 학급대표를 뽑고 교실로 보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 학급 대표 뽑는 게 그렇게 어렵나? 학급에 온 학부모님들께 학급대표 하실 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없으면 그냥 안 뽑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뽑아서 학부모회를 조직해야 하는 것인가? 정말 조직해야 한다면 학부모회를 들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 아닌가? 이게 담임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것인가?


그래, 맞다. 교육과정 설명회에 모인 수많은 처음 보는 학부모님들께 학급대표 하실 분? 하면서 구걸 비슷하게 쪽팔렸던 게 억울해서 이 글을 쓰는 게.ㅎㅎ

하여튼 난 옹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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