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동아리

감사동아리를 조직하다.

by 당신과지금여기에

# 교직원 동아리


언제부터 교직원 동아리가 있었을까?


라떼... 는 항상 수요일이면 다 같이 모여서 배구를 했다. 직원 체육이라는 명목으로 강당이 있든 없든 (없으면 노지 배구 당첨!) 수요일이면 같이 배구를 하는 날로 정해져 있었다. 직원 체육으로 배구를 하라고 하니 하긴 하는데 배구나 체육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행이지만 나처럼 꿈적거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일단 거부감이 들었다. 배구(체육)를 못하지만 신규라 배구하러 나가야 하는데 잘하지 못하니 공이 덜 오는 구석자리에 서게 된다. 그런데 그 자리가 공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이 온다면 실력자들이 받지 못한 마구가 (또는 튕겨 난 공) 온다는 단점이 있다. 배구 에이스들이 받지 못한 공이 튕겨 내 자리로 올 때의 긴장감과 받지 못한 미안함과 아픔. 갑자기 나에게 쏟아지는 눈길에 들 수 없는 고개. 그렇게 일 이년 자리지킴이가 되다 보면 배구와는 더욱 멀어지게 되고 안 좋은 추억이 가득 안고 배구를 싫어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자율적으로 배구를 배우기 위해 동호회에 들어서 실력을 쌓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교대 체육 수업에 배구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우스갯소리로 승진하려면 배구는 필수라는 이야기도 엄연히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직원체육의 글자가 아예 사라졌다.

"직원 체육시간입니다. 교실에 계신 교직원 여러분들은 체육관으로 모여주십시오."

라던 방송을 기억하던 나에게는 획기적인 변화다. 역시 초등은 여초집단인가. 현재 분위기로는 교직원 동아리의 일환으로 배구부가 있거나, 직원체육을 한다고 해도 강요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제 40대가 된 나는 직원체육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다. 그때라도 함께 모여서 얼굴보고 잘하든 못하든 공을 주고 받으며 웃어보자....)



그런데 교직원 동아리라는 말은 좋은데 과연 학교 내에서 교사들끼리 취미 동호회를 할 수 있을까.

수업도 끝나고 할 업무가 없어도 교실에 있으면 일할거리가 생기는 곳이 학교다. 그런데 그런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어떤 동아리를 조직해서 운영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2~3주에 한번이라도 밖으로 나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어떤 것이 나의 복지에 도움이 될까?

물망에 오른 것은 1. 인강 동아리 (취향이 비슷한 선생님들끼리 클래스 101로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으며 배우는 동아리) 2. 악기 동아리 (피아노 반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코드 반주를 배우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 ) 3. 수채화 동아리 (교실 정리하고 물감 꺼내고 종이 꺼내고 세팅하는데 시간 다 가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미술 수업과 연계해서 전학공 시간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 4. 저속노화 동아리 (건강 아이템들을 공유하며 또는 걷거나 산책하며 교직 생활을 건강하게 가꾸는 동아리)

하지만 왠지 회장이 되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옴으로 조금 더 신박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선생님들,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뭡니까? 쉼과 여유 아닙니까?




그래서 생각한 아이템!



명상 동아리이다.

잠깐 멈추면 보이는 작은 것들에 대한 서사.

풍족히 누리고 살지만 비교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감사.


(계획서의 일부분)

1. 목적 및 방침

가. 초등학교 교직원의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적 안정 도모

나. 명상과 음악 치유를 통한 마음의 평화와 집중력 향상

다. 야외 활동을 통해 자연과의 연결감을 느끼고 팀워크 증진

2. 운영 내용

- 알아차림 명상 기초교육

- 자연 속 명상 체험

- 스트레스 관리 방법

- 음악 치유 명상 소개

- 호흡 명상을 활용한 여름철 스트레스 해소법

- 마음 챙김과 감사 명상

- 가을철 명상과 걷기

- 명상을 통한 마음 근력 키우기

- 연말 감사의 시간 갖기

-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명상



학교 첫 다모임 시간에 동아리 홍보를 하고 모집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짧게 홍보말을 생각해 오라고 했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동아리 홍보글을 작성해 갔다. 누가 시켜서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일을 지금 잘도 하고 돌아다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비타민 G 들어보셨나요?

이 비타민을 먹으면 면역력이 올라가고, 심혈관이 좋아지고, 수면장애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중요한 건 공짜입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비타민 G가 뭘까요?

바로 Gratitude.

감사입니다.

남들이 볼 땐 세상 편해 보이는 교사라는 직업.

선생님들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내가 했던 행동, 말투로 인해서 민원이 들어오지는 않을지

내가 맡은 업무에서 실수하진 않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움츠려 들고 있지 않으신가요?


감사동아리는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째,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마음이 힘들다면 무엇 때문에 힘든지, 기쁘다면 어떤 일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둘째, 현재 상황에서 감사한 면을 찾아 감사를 표현해 봅니다. 동전에 양면이 존재하듯이 모든 상황도 나의 인식에 따라 화가 될 수도 있고 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바뀌는 건 감사하게 된 내 마음이죠.

마지막 세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감사나 고마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감사를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주의할게 호구랑은 다른 겁니다. 호구는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쉬운 사람을 뜻하는데요 자발적으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절대 호구가 아니죠. 남에게 줄 게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고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현명하고 센스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 감사하기가 습관화된 사람은 아닙니다.

처음에 학교에 와서 1년 동안 있게 될 전담실을 보았는데 북향에 춥고 책상 6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파티션조차 없더라고요. 과학실도 합창지도나 방과 후 수업 때문에 온전히 쓸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지난 학교와 바로 비교가 되며 짜증이 올라왔지만 제가 원망해 봤자 상황은 바뀌는 게 아니었죠.

저는 이 상황에서 어떤 감사거리를 찾았을까요?

그 대답의 썰은 비타민 g회원이 되시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혹시 바쁜 상황, 피치 못할 상황으로 동아리 활동 시간에 참여하기 어렵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공유되는 구글시트로 감사거리를 찾아 한 줄 적어주시면 우리 모두 함께 감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부장도 아니고 관리자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냥 이기적인 한 사람이지만

우리 학교랑 관련되어 있는 모든 분들 사실은 이 지구 전체 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행복하거든요)

감사합니다.



앗, 지금 읽으니 정말 오글거린다.

저 말 들으면 어떤 동아리인지 짐작도 안 되겠다 싶다.



맞다. 그걸 내가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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