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이야기
2023년 하반기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종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그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2013년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한 지 무려 10년 만이다. 또한 그가 벌써 차기작의 아이디어를 위해 사무실을 들락거리고 있다는 주변인의 발언으로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그의 나이 장장 83세, 여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돈과 명예 모든 것을 거머쥔 그는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은퇴를 번복하고 계속 작품활동을 이어 나가는 걸까? 사실 그의 은퇴 번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금까지 무려 4번의 은퇴 선언을 번복했다. 그의 첫 번째 은퇴 선언은 1997년, ‘모노노케 히메’를 완성한 이후였다. 그는 피로연에서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애니메이션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돌아오며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전례 없는 큰 성공을 알리며 복귀했고, 2003년 첫 오스카를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기자회견에서 그는 “더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은 무리”라고 말하며 두 번째 은퇴 선언을 했다. 그의 나이 62세로,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기도 하였고 사회적으로도 정년퇴직에 가까웠던 나이라 업계 사람들도 그의 은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때쯤부터 그의 별명이 양치기 소년이 되었을까, 2003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복귀하며 2008년 ‘벼랑 위의 포뇨’까지 2개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쏟아내며 아직도 그가 현역임을 세상에 공표했다. 세 번째 은퇴 선언이다. ‘벼랑 위의 포뇨’ 이후 미야자키 감독은 “체력적으로도 이 작품이 마지막 장편이 될 것”이라며 또 은퇴를 선언하지만, 복귀 빌런 미야자키의 번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3년, 72세 노인이 된 그는 ‘바람이 분다’로 또다시 은퇴 복귀를 선언한다. 개봉 전부터 ‘바람이 분다’는 정말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여러 언론의 인터뷰에서 말했고, 70세가 넘은 노인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그가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결과처럼, 10년이 지난 후 82세라는 믿기지 않는 나이에 복귀를 선언하며 그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렸다.
그래서 그는 왜 은퇴를 번복하고 계속 영화를 만들까? 돈이 부족해서? 당치도 않은 말씀. 오히려 그는 작품 제작 비용 조달에 문제를 겪어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계약을 맺어 ‘그어살’의 제작비를 충당했다. 명예를 위해? 이미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인 그가 명예를 위해 7년 동안이나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럼 무엇을 위해 80이 넘는 나이에도 현역인 채로 남아 있는 걸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가 만들지 않으면 죽는 ‘예술병’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일본 방송에 나온 그의 은퇴 이후의 삶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은퇴 이후 그의 얼굴은 짐을 놓았다는 후련함과 편안함이 아닌 “이제 뭘 하며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 가득한 얼굴을 하며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매거진의 열렬한 독자들은 전에 올라온 “달과 6펜스”라는 소설에 관한 글을 읽었을 것이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을 예고 없이 내팽개치고 돌연 그림을 그리겠다며 출가한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그의 천재성, 예술성이 그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에게 있어서 은퇴 이후의 삶은,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은퇴 번복 이후, 그는 더 이상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Editor.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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