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나는 살아야 한다

<진이, 지니>를 통해 찾아가는 삶의 이유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치여 자신의 삶의 목적을 깊이 고민해 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회에서 규정한 모범 답안과 일상적인 책임과 의무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갈수록 좀 더 근원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같은 철학책에서나 볼 것 같은 머리 아픈 질문들 말이다. 철학책의 두께와 종류만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어렵지만, 이러한 행동이야말로 우리 삶에 깊이를 더해주는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이 든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진이, 지니"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두 주인공 진이와 지니를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진이는 영장류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사육사이다. 그녀는  보노보 지니를 구출하던 중 불가사의한 사고로 인해 지니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사고 현장에서 이진이는 아버지에게 쫓겨난 노숙자인 김민주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그는 과거 아픈 해병대 아저씨를 모른 체했다 숨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현장에 가게 된다.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이진이는 자신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니의 기억들을 읽고 인간이 지니에게 가했던 핍박 속에서 지니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목격한다. 이 과정에서 이진이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니를 외면하고 도망쳤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녀는 인간이 저지른 끔찍한 일들에 대해 뉘우치며 자신 역시도 지니의 육체를 강탈한 파렴치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진이는 지니의 육체를 강탈해서라도 살고 싶은 삶에 대한 갈망을 극복하고 지니를 원래의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고자 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내게 된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경외와 존중을 담아내고 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보면 삶은 소중한 무엇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나는 살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영원의 침묵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망가뜨리지만 동시에 사람을 성장시켜 누군가의 선한 치유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삶에 대한 갈망을 이겨낸 진이의 선택은 주인 된 삶과 그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헤매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진이, 지니는 권하고 싶다. 


Editor. 해수


활자중독에 걸린 당신의 아카이브, Here you are.

구독 후에 히어유아 매거진의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은퇴하면 죽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