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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아, 감독님은 전술을 짤 테니, 넌 공을 차거라

축구 보려고 치킨 시켰으면 읽고 가라


(*3월 26일 기준)

오늘 저녁, 대한민국과 태국의 월드컵 예선전이 예정되어 있다. 승패가 스포츠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를 예측해 보는 것도 스포츠팬으로서 느끼는 큰 즐거움 중 하나 일 것이다. 태국의 피파 랭킹은 99위, 우리나라의 랭킹은 24위. 이렇게 등수 차이가 크게 나면, 아무래도 우리 태극전사들이 가볍게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태국과의 최근 경기 전적은 어땠을까?


경기를 챙겨보는 축구 팬들이라면 알 것이지만, 3월 21일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태국과 비겼다! 우리 축구 대표팀은 상대의 수비는 뚫지 못했으면서, 역습은 허탈하게 허용하면서 실점했다.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성적 부진의 원인을 두고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에 실패했다느니, 경기 전술에 철학이 없다느니, 돌발상황에 대응하는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느니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이 모든 비판은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선수를 파악하고, 전술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유연한 경기 운영을 놓치지 않는 것, 이건 명백히 감독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뭐 하는 사람인가? 감독은 팀의 지휘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 성과를 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다. 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할지를 결정하고,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장단점에 맞춰 전술을 짜고, 상대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역할이라는 말이다. 선수단을 단합시키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게끔 하는 것도 감독이 할 일이다. 게다가 팀을 대표하여 외부와 소통하는 것, 전술의 색깔에 맞도록 팀을 *리빌딩하는 것 등등등 감독에게 부여된 중요한 역할은 이다지도 많다.

*팀의 구성원이나 시스템을 교체하여 새롭게 만드는 일


따라서 감독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선수들은 ‘한 팀’으로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각자의 기량에 의존하는 ‘개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현대 축구계에 서는 조직력과 팀 플레이가 중시된다. 그러므로 선수 한 명 붙잡고 캐리 해주기를 기대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선수단 내에서 불화나 파벌 싸움 같은 내부 갈등이 일어나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도전해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명확한 목표도, 팀워크도 없는 팀은 승리할 수 없다. 목표를 제시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그가 팀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진정한 명장이라면,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명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현재 맨시티를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가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역 감독 중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수집한 감독으로, 축구 사상 최초로 2회의 *트래블을 달성한 감독이다. 그의 강점은 ‘전술’에 있다. 그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세터로 풀백의 중앙이동, 가짜 공격수 등 새로운 개념들을 구상해 냈다. 게다가 그는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큰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전술을 변화시키는 유연성을 보여주면서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는 트렌디한 전술과 유연성으로 역대 최고의 감독들 중 하나라는 영예를 얻은 것이다.

*한 시즌에 자국 정규리그, 컵대회,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도 빼놓을 수 없다. 박지성을 발탁하고 함께 수많은 우승을 만들어낸 것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퍼거슨 감독은 역대 감독들 중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클럽 중 하나인 맨유를 이끌었던 만큼,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퍼거슨을 많이 거쳐갔다. 그러나 그는 어떤 스타플레이어가 들어오든, 선수단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을 남긴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 단 내의 분위기를 가장 중시했고 이를 해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고 해도 가차 없이 쳐내곤 했다. 그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일이나, 소통과 동기부여를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들로 키워냈다. 이런 리더십 덕분에 맨유는 퍼거슨 시기, 26년 동안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축구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도약하는 일이다. 그 열쇠를 잡고 있는 감독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안다면, 축구를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앞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축구 관람이 더욱 즐거워지길 바란다.


Editor. 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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