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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Aug 12. 2019

인터넷 차단과 에티오피아

 2019년 6월의 약 절반 정도는 에티오피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이 나라의 대학 입학시험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약 일주일간 인터넷을 차단했었다. 그리고 그 차단이 해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군 장성급이 연루된 쿠데타 시도가 발각되어 다시 열흘간 차단이 됐다. 약 2년 가까이 체류하면서 2번째 경험한 인터넷 차단이었다. 개혁 성향의 총리인 Abey가 취임하고 여러 개혁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세 불안정에 대응하는 방식은 아직도 원시성과 비민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였다. 이처럼 에티오피아는 정세 불안정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인터넷 차단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인터넷 차단은 에티오피아만이 아니라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동일하게 자국 내 문제가 벌어졌을 때 취하는 조치로 일반화되어있다.


 2019년에 대부분의 국가는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대한민국도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서울 서북부 지방의 인터넷 시스템이 먹통 돼 큰 문제가 됐었다. 이러한 손실은 선진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개발도상국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진다. 대부분의 국가는 산업화 정도와 상관없이 현재는 산업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다른 대륙의 개발도상국과는 다르게 이러한 시류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 인프라 자체가 없는 미개한 상황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이 산업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서 아프리카 특유의 느린 경제 활동 흐름 덕분에 당장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업무 처리가 마비된다 할지라도 조급하거나 답답해하는 게 타 국가 시민들에 비해서 덜한 문화 영향도 무시 못 하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아프리카 대륙의 권위주의 정권 대부분은 자국 정세가 불안할 시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 차단을 위해서 과감하게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에서 생활해보면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아서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매우 소수이다. 개인적으로 보건대, 이 인터넷 차단으로 가장 큰 손해는 에티오피아에서 1년 전부터 활성화된 이 나라의 우버(Uber)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회사와 소속 기사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이 나라 인구의 1% 내외의 규모임을 고려할 때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큰 손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금융처럼 무조건 네트워크 접속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에도 운영이 되어 이로 인한 혼란이나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99% 현금거래만 이뤄진다. 즉 카드 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접속 장애로 인한 손실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여러 사무나 행정 업무의 경우 다양한 장애가 발생하고 애로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산재한 업무들이기에 인터넷 차단으로 인해 속도만 더 느려졌을 뿐 가시적인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즉 이 나라를 비롯한 아프리카 여러 국가는 인터넷 차단으로 인해 아직 경제적으로 산업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보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대중화 및 스마트폰 보급의 영향으로 인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정부는 여론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주의 지수는 낮은 수준이기에 구조적으로 여론 형성 자체가 건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더불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수준이기에 대중들은 소셜미디어의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짜 뉴스(Fake News) 확산 문제는 특정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가 된 지금 에티오피아도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공론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인프라 자체를 막는 굉장히 무식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처럼 인터넷 검열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운영을 위한 재원 및 방안이 없으니 단순하게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숙한 민주주의 시스템과 미진한 경제 상황이 만들어낸 간단하지만, 최악의 수단인 인터넷 차단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가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2019년을 살아가면서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국가가 있다는 것은 여기 오기 전에는 실감할 수 없는 문제였다. 2년 가까이 살면서 약 2달 가까이 완전한 인터넷 차단 혹은 부분적인 접속 제한 환경에서 지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나라들은 21세기에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우려가 됐다. 모든 업무 처리의 기본이 되는 인터넷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이자 더불어서 전기와 물 등의 기본 인프라도 완벽하지 않은 이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는지 근원부터 의문이 들었다. 국가 통치 시스템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타 국가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일들이 주기적으로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지속한다면 결국 이 나라는 결국 현상 유지만 겨우 할 뿐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극적인 생각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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