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서 부정부패는 심하게 말하면 언제나, 어디서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부정부패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주기적으로 관련 뉴스를 접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최근에는 야당 원내대표의 사기업 채용 비리 건, 전직 차관의 성 접대 및 뇌물 수수 혐의가 한국 언론에서 많이 다룬 뉴스 하나였다.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유럽의 오스트리아도 최근 부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조기 총선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즉 부정부패 문제는 개발도상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단지 정도와 빈도수의 차이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가른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에티오피아에서 접한 다양한 부정부패 사례를 공유하면서 현재의 문제점과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950년대 이후 에티오피아의 수장은 5번이 바뀌었다. 전제 군주국가로 197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다가 70년대에 공산 혁명이 발생해 90년대 초반까지 공산정권이 집권했다. 그리고 공산 정권이 무너진 후 다시 독재 정권이 20년을 집권한 다음에 2번의 수상이 바뀌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재 정권에서 부정부패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굳이 에티오피아 사례가 말고도 전 세계 곳곳에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에티오피아의 경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독재 정권들이 수장만 몇 번 바뀌고 수십 년 이상 지속하다 보니 부정부패가 시스템화되었다는 것이다.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협력자들에게 부정부패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게 하고 기득권 세력을 키워나간 방식을 청산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실패했다. 결국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부정부패는 자연스럽게 내재가 되고 이는 결국에 사회적 손실로 발생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 선진국들의 원조 자금이 먼저 집행되는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이다. 90년대의 대기근과 내전을 통해 엄청난 위기를 겪으면서 원조 자금과 프로젝트가 집중되었고 현재까지도 상당한 규모의 원조 자금이 이 나라에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조 자금의 집행 과정은 아무리 선진국이 간섭하고 개입을 해도 부패 세력의 놀음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더불어 전력 수출을 목적으로 나일강 상류에 르네상스 댐이라는 큰 규모의 댐 건설 사업이 원조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예정 공기가 지났어도 완공은커녕 계속해서 공사 대금 부족으로 인해 프로젝트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적인 자금 횡령과 착복이 있었고 이로 인해 공사비는 예정 공사비의 2배가 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내부 고발을 준비 중이었던 전직 정권의 고위 관료가 의문사 당하는 등 관련 스캔들도 2018년에 있었으나 곧 잠잠해졌다. 공사비에 들어가야 할 자금과 현장에서 써야 할 자재들이 횡령과 착복으로 사라짐으로 인해 계속해서 완공이 늦춰지고 비용은 늘어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장이 이곳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이 나라에 유상 차관을 바탕으로 현재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다. 사업 수주를 국내 대형 건설사가 받아서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이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현장에서의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그중 하나가 자재 손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소요되는 평균 자재의 3배가 투입돼야 한 구간의 공사가 마무리 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아무리 감시를 철저히 한다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 비용 처리로 넘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 부정부패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이 없이 지속해서 이어져 오다 보니 사회적으로 공익의 사유화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기득권 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 구성원들에게 퍼져있다는 것이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외에도 현지인들이 전해주는 기상천외한 부정부패의 사례들은 넘쳐난다. 국가에서 대규모 임대 주택을 입주자들에게 분양한 후 완공이 된 다음 확인해보니 약 10~20% 입주자의 임대 주택이 건설되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시공 업체가 관계자들에게 관련 청탁과 뇌물을 주느라 수주받은 공사비의 상당액을 썼고 이에 대한 손실을 입주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랴부랴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추가로 주택을 더 지어 미 입주자들을 위한 임대 주택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로 이 나라 수도 아디스 아바바는 주거난이 심각해 임대 주택도 과거 5층 미만으로 짓던 아파트들을 신규 임대 주택의 경우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로 건설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파트들의 경우 부정부패 및 환율 문제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각 건물에 설치를 못 해서 엘리베이터 없는 고층 아파트가 된 상황이라고 한다. 만연한 부정부패의 폐해가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작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에티오피아에 식량 지원의 일환으로 쌀을 일정 규모 이상을 기부한 적이 있었다. 그 쌀 중 상당수가 시장에 풀려서 대한민국 쌀을 에티오피아에서 사 먹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곳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가끔 접하다 보면 상상 이상의 상황들이 벌어져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대한민국과 달리 부정부패로 인한 결과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 보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아주 당연하게 부정부패를 하는 시스템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나온 원조 자금이 특정 기득권 세력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형국이다.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공통으로 가진 구조적 부정부패 시스템은 이들의 성장과 진보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지켜보는 입장에선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