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 경제 호조와 트럼프 정권에서 무역 전쟁을 불사하는 공격적인 정책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외환 보유국이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수출고를 올리는 기업들이 많은 대한민국의 경우 달러 강세가 대한민국 경제에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제조업 기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라면 달러 가치 상승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외환 보유 정책이 그 어떤 국가보다 엄격한 국가인 에티오피아는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실정이다.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근의 달러 강세가 어떻게 에티오피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고 시민들을 괴롭히는지 간단하게 알리고자 한다.
에티오피아는 사설 환전소가 없는 나라이다. 모든 외화는 국가에서 허락한 공식 은행에서만 교환될 수 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것은 현지화인 에티오피아 비르(ETB)를 외화로 개인이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외화가 필요하다는 공식적인 서류를 제출한 다음, 이 서류를 승인받은 다음에서야 현지화를 외화로 교환할 수 있다. 그마저도 최대 금액이 KOICA 단원을 기준으로 3,000 USD(미국 달러). 혹은 3,000 EUR(EU 유로)이다. (흥미롭게도 USD와 EUR의 가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서인지 두 통화의 최대 환전 금액이 동일하다) 특히 KOICA 사업의 경우 모든 금액이 USD로 한국 본부에서 송금이 되지만 이 금액을 외화로 찾을 수 없다. 에티오피아의 외화 통제는 경험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북한과 비슷할 것 같다는 추정이 될 정도로 극심하다. 에티오피아는 KOICA 단원이 파견돼 활동하는 국가 중 가장 엄격한 외화 통제가 이뤄지는 나라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가 이렇게 외화 통제가 심각한 원인은 역사적으로 식민 통치 지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타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외환 시장이 발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속적인 독재 정권이 집권하면서 외환 시장 자체를 건설적으로 구축하지 못함과 동시에 일종의 부정부패의 통로로 사용된 데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 구조상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현재의 시스템을 쉽게 바꿀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간간이 언급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최근 10년간 굉장히 높은 GDP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성장의 결과물로 인해 자국 내에서 수입품의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산업 기반이 아직도 농업 중심으로 있기 때문에 커피를 비롯한 농산물을 제외하고서는 수출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게다가 인접국인 케냐와 탄자니아처럼 관광 자원이 풍부해 관광, 서비스 산업이 큰 것도 아니다. 게다가 국가 경제를 지탱해줄 천연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항공 산업이 에티오피아 항공을 통해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 공격적인 신 기체 도입으로 인해 자국 내 외화 보유고 증가에 크게 기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에티오피아는 식료품과 소비재부터 수입해서 사용하는 실정이다. 물론 에티오피아 자체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민들을 위한 제품이고 외국인과 상류층은 대부분 수입품을 쓰고 있다. 현재 1억 인구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에서 상위 10%가 사용해야 하는 기본 생필품만 수입하는 데에도 상당한 외화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종종 이러한 제품들이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서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는 경우가 있다. 이게 대체품이 있는 수입품이라면 그래도 덜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품귀 현상이 대체가 불가능한 기름이나 가스에서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지난번에 언급한 대중교통들이 운행을 못 한다든지 식당에서 가스를 사용하지 못해 조리 시간이 평소에 2배 이상이 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들이 벌어진다. 이러한 품귀 현상의 원인은 정부 당국에서 관련 제품 수입을 위한 신용장을 외화 부족을 핑계로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한 번 겪은 제품들은 품귀 현상이 끝났어도 최소 10%에서 최대 100% 이상 오른 가격을 유지하게 된다. 즉 곧바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는 이 나라에 재앙과 다름없다. 에티오피아에 파견된 이후 공식 비르-달러 환율 상승 폭이 약 20%에 달한다. 그러기에 아무리 GDP 상승률이 높은 에티오피아라 할지라도 이렇게 달러 강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어진다. 제조업 기반이 존재하지 않기에 모든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에서 달러 강세는 고스란히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이다. 고질적으로 실업률이 높음과 동시에 노동 가능 인구는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엄격한 외화 통제는 외국 자본의 투자를 끌어드리는 대 상당한 장애 요인이 된다. 아무리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지만 에티오피아의 외화 통제로 인해 성공적으로 외국 자본이 안착한 경우는 화훼 산업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최근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해 에티오피아 전국에 중국 자본의 공장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에 이러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관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국 자본의 투자가 어렵다는 것은 국가에서 외화를 창출할 수 있는 통로가 오직 자국 내 수출을 통해서 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외화 창출을 위한 수출 산업 자체가 매우 빈약한 국가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결국 외환 시장의 상당 부분은 암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그리고 암시장 환율은 공식 외화 환율보다 30% 이상 높은 실정이다. 결국에 이러한 현실에서 고통받는 이들은 서민들이다. 매일 같이 모든 부문에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상류층이나 외국인의 경우 충분히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삶이 여유롭지 않은 대다수의 서민의 경우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다. 해답이 없는 에티오피아 경제 상황에 달러 강세까지 겹쳐 정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