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1
‘대개 주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모태신앙 개신교 신자라면 책 제목 ‘나라, 권력, 영광’을 보면 자연스레 주기도문의 마지막 문장이 떠오를 것이다. 저자 팀 앨버타는 미국 개신교의 현황을 이 3가지 키워드로 분석하면서 문제점에 대해 밀도 있는 취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양한 신학적 교리 중 현재 미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복음주의 신학을 추구하는 교회가 2020년대 처한 현실을 여러 교회 목회자와 관계자들 인터뷰를 통해 담아서 정리했다. 그 덕에 책의 첫 장부터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상당수가 미국을 숭배한다.’라고 진단하며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미국 개신교의 현시점 문제의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귀결된다는 게 흥미롭다. 실제로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의 극우적 주장들이 현재 복음주의 교회의 핵심 과제이자 신앙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동시에 오랫동안 미국 복음주의 진영은 학교를 세우며 여러 정치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짚어준다. 수권이 목표다 보니 자연스레 위선이 커졌으며 정치 세력 강화를 위해 신자들의 신앙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을 지적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것이 단순히 복음주의 진영의 특정 목사 및 리더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도 개인의 요구와 목표가 맞물려있다는 사실이었다.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성도 개인이 공화당이 아닌 타 정치 세력의 집권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해 오히려 교회 여론을 극우화하고 있음을 저자는 알려준다. 특히 이러한 여론이 결국 명확한 트럼프와 공화당에 지지를 교회에서 밝히지 않으면 성도들 다수가 정치 지향을 확고하게 밝히는 목사의 교회로 옮기는 현상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주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라 권력 영광’은 참고문헌 리스트까지 포함하면 700 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분량이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가 어떻게 변했고 그 변화가 초래하는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인지 보여준다는 게 놀람의 연속이었다. 가장 슬픈 점은 크리스천으로서 미국과 한국 모두 개신교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현상을 확인한 점이다. 나아가서 이러한 비극적 현상에 대한 정답이 성경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만, 양 국가의 복음주의 리더들은 그 말씀을 순종하지 않을 게 명약관화해 비극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작고한 목사의 아들이며 출석 교회가 없는 크리스천으로 종교관을 정의한다. 30대 이후에 갖게 된 생각이다. 목사 아들이라는 정체성 덕에 복음주의 신앙이 기반을 둔 ‘하나님의 권위와 일치되는 목사의 권위’에 대해 자유로워졌다. 그러기에 내가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설교로 포장하며 강단에서 설파하는 목사가 싫고 이에 동조하는 교회가 싫어서 출석 교회를 갖지 않게 됐다. 그렇지만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을 의심하지 않으며 구원에 대한 확신과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나라 권력 영광’은 한국과 미국의 개신교 현실을 비교하게 되고 문제점에 대한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는 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됐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국 개신교가 이렇게 처참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복음주의 성도 다수가 공화당과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기반임을 여러 뉴스를 통해 수치로 접했다. 그렇지만 팀 앨버타가 실제로 교회 현장에서 목사와 성도를 인터뷰하면서 알려주는 현실은 예상 밖이었다. 한국과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 교회는 성도들이 극우화를 가속하는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수감 중인 유명 교회 목사님부터 시작해 정치적 극우화의 동력이 목사에게 나온다. 그런데 미국은 자신의 정치 지향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목사에게 항의하고 이러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목사가 있는 교회로 옮기는 성도가 동력이 돼 극우화되고 있었다. 한국은 하샹식으로 미국은 상향식으로 신앙이 극우 정치 세력에게 동원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 개신교의 쇠퇴가 현재의 극우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미국은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은 취임식에 성경을 놓고 선서를 하는 게 전통인 기독교 국가임에도 급속하게 무종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역시 내로라하는 대형 교회에서도 청년 신자가 감소하고 있음이 가시화될 정도로 미국보다 빠르게 신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이러한 쇠퇴 속에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신자들이 더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띄게 되고 공격성이 폭발해 공공장소서 스스럼없이 폭력까지 저지르는 집단이 됐음을 저자는 고발한다.
이러한 악화의 근원에는 기독교가 가진 유일 신앙에 기반한 배타성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추론해 봤다. 기독교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믿는 종교지만 동시에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의 신앙을 믿는다. 그렇지만 20세기와 21세기를 거치며 사회는 다원화•다극화되고 특정한 종교와 이론과 신념만 ‘옳다’는 주장은 아집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개신교 신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 책에서 고발하는 그리고 한국 뉴스에서 보는 개신교의 극단성을 강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마지막에 그래도 일말의 희망의 사례를 제시하며 쉽지 않겠지만, 고난의 길을 뚫고 가자는 제언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얼마지 않아 트럼프는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됐다. ‘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말씀이 생각나는 현실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평생의 격언으로 기억하는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디모데후서 4장 7~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