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5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는 중국 공산당이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브루스 J. 딕슨 교수의 책 ‘당과 인민’을 읽으며 깨달은 사실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중국 정부와 시민(인민)에 대해서는 피상적 고정관념 외에는 구체적 이해는 부족했다. 중국 공산당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 중국이 가진 힘의 원천은 결국 권력의 중주인 공산당에 있었다.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을, 저자의 분석을 읽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중국 혐오 발언과 집회가 심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였다.
저자는 중국 공산주의와 공산당 그리고 지도자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1949년 건국과 함께 주석으로 취임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초래한 국가의 실패 및 공산당의 위기를 이 책 덕분에 배웠다. 저자는 마오쩌둥이 현재 중국 공산당의 통치 기법인 ‘의존, 감시, 제제’의 틀을 마련했고 핵심 권력 구조를 구축했다.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의 집권 그리고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 과정도 면밀하게 다룬다. 특히 시진핑의 2018년 임기 제한 삭제 개헌이 과거 역사에 비춰볼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이 대부분의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추구하는 삼권분립이 아닌 이권분립(입법부-행정부) 체제를 유지하며, 그 안에서 공산당이 지닌 막강한 힘과 위계 구조에 대한 설명이 큰 통찰을 주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비판, 즉 중국 공산당이 권력 구조상 인민에 대한 공식적 책임을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국가 권력 관련 공식적인 선거가 사실상 전문한 구조가 만든 결과였다. 중국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닌 모든 지도자는 공산당원이며, 이들은 선출되지 않고 임명된다. 임명 대상은 당의 정책 우선순위를 달성할 능력과 당에 높은 충성도를 갖춘 이들이다. 자연스레 상급자의 평가가 승진과 직결되며 하급자와 지역 주민은 관리 대상일 뿐 책임져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건국 후 대중노선을 주창하며 대중의 의견과 조언을 반영한 정책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농촌 마을에서는 ‘농촌선거’를 도입해 촌장을 선출하기도 했으나, 이촌향도로 이러한 선거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앞서 언급한 ‘의존, 감시, 제재’의 통치 기법을 활용해 인민을 관리할 뿐 책임지지 않는 공고한 권력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시민사회, 시위, 종교, 민족주의를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지 알게 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시민사회(NGO) 역시 인민의 자발적인 결사를 최대한 억제하며, 당의 통제 범위 안에서만 활동을 허용한다. 당이 인정하는 홍색 NGO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인구 대국답게 모든 시민사회 운동을 통제할 수는 없기에 회색 NGO와 흑색 NGO도 존재한다. 당이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에서 활동하는 미등록 NGO가 회색 NGO이며 조직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탑압하는 대상이 흑색 NGO다. 당연히 국제적인 규모로 운영되는 INGO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흥미롭게도 중국 인민은 시민사회 활동 자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어, NGO들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화적 특징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저자는 중국의 시위에 대해서도 심층 분석한다. 기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인민이 모여 특정한 주장을 펼치는 시위를 반대한다. 역사적으로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사건처럼 당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비무장 시민에게 발포할 수 있는 집단임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처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통제 범위 내에서 시위를 허용한 사례도 짚어주었다. 즉, 시위 역시 당의 통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등장한 다양한 이익집단으로 인해 시위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공산당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전략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다수의 인민이 특정 주제로 모이는 것을 경계하는 공산당답게, 종교 역시 철저한 통제 대상이다.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으로 개신교, 천주교, 도교, 불교, 이슬람교만 인정하며, 이들을 당 차원서 구조적으로 관리한다. 역사적으로 마오쩌둥은 종교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적극적으로 탄압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덩샤오핑 이후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종교 집단의 이점을 활용하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중국 공산당의 집중적인 관리와 통제받는 종교가 개신교와 이슬람교임을 밝히며, 각각의 사례를 알려줬다. 또한 시위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는 인민 비율도 증가하고 있으며, 시진핑 집권 후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다룬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민족주의 역시 문화 현상이 아닌 공산당의 통제 아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앞서 언급한 공산당이 허용한 시위는 민족주의와 결합 된 사례였다. 하지만 이러한 민족주의 성향도 공산당이 의도한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비교 대상인 타국 시민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현재 중국 젊은 세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족주의 성향이 기성세대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게 주목할 만하다. 통제된 인터넷 여론 속에서 과잉 대표되거나 여론조사 설계 한계로 인과관계 분석에 어려움이 있음을 저자는 밝혔지만,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특히 민족주의에 기반한 티베트와 신장 지역 소수민족 대상 애국 교육, 홍콩 민주화 운동의 탄압은 공산당의 목표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할 정보였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을 분석한다. 여러 가설을 검토하며 현실적으로 중국의 민주화는 요원하다고 결론 내린다. 공산당의 통치 체제는 공고하며, 인민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현재 중국 인민 상당수가 중국이 민주적이라고 믿으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착잡함을 더한다. 나아가 중국 공산당 독재 종식되더라도 민주화가 아닌 또 다른 권위주의 정부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도 제기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당독재 기반이 독재자 개인에게 집중된 권력이 아니라, 당 중심의 권력 승계 체제에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 있었다. 동시에 중국 공산당이 가진 상황 적응력과 당 엘리트 단결력 역시 일당독재 체제 공고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받은 중국 지도자들의 기술관료제(Technocracy)를 통한 효율적인 성과 창출이 당의 적응력과 대응력을 높였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요소가 결합되어 ‘일당 체재의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중국을 새롭게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시민으로서 중국 주석의 권력과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거대 국가 중국 통치 중심에 공산당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동시에 이러한 패권이 대다수 인민을 배제한 채 70년 가까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웠다. 중국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쌓는 데 ‘당과 인민’은 정말 유익한 책이다. 새삼스레 동북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한자 문화권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현대 국가가 됐다는 점을 이 책 덕분에 환기하게 됐다. 더불어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가 얼마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면서, 동시에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국 공산당은 실로 대단한 권력 집단임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