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는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발전과 개발이 필요한 국가이다. 그리고 그 발전에 전기, 수도, 통신도 예외가 아니다. 전기, 수도, 통신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단순하게 말하면 정전과 단수 그리고 통신 불통이 빈번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시골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정말 가끔 정전과 단수 통신 불통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주로 태풍으로 전신주가 넘어지거나, 벼락으로 인해 전화기가 고장 나거나, 폭설로 인해 수도관이 동파된 상황이 있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정전과 단수 그리고 통신 불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1년에 1번도 되지 않는 상황이고 자연재해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이해하고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수도 Addis Ababa든 현재 거주하고 있는 Assela든 지역 상관없이 정전은 일상적인 상황이다. 일주일에 3-4일은 정전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가끔은 하루 종일 정전일 때도 있다. 가장 긴 정전은 4일 내내 지속된 적도 있었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 적응할 방법은 딱히 없다. 아무리 정전을 자주 경험한다고 해도 전기는 우리 생활의 필수재이고 대체재가 없기에 적응할 방법이 없다. 그냥 정전이 되면 ‘또 정전이네’라는 체념과, 전기가 들어오면 ‘전기 들어왔다.’의 기쁨과 환희만 반복할 뿐이다. 그나마 정전에 대한 대비라면 대비인 것이 보조 배터리 충전에 신경을 쓰는 정도이다.
단수의 경우는 다행히 정전보다는 경험 빈도가 낮다. 그러나 정전의 불편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크다. 무엇보다 생리 현상이 화장실 사용과 단수 문제는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단수는 공포 그 자체이다. 단수 역시 지방별 편차가 크다. 또한 같은 지역이여도 거주 구역에 따라서 단수 경험 비율이 다르다. 수도 공급 자체가 부족해서 단수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은 배관 문제로 단수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에티오피아의 느린 공사로 인해 일주일 이상 단수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본인의 경우 운이 좋아서 하루 이상의 단수를 경험해보지 않았다. 그나마 단수는 화장실 한 쪽에 물 항아리에 물을 보관해 둘 수 있어서 정전보다는 대처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단수는 대비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그냥 단수가 안 되는 게 최선이다.
통신 불통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거의 6개월 동안 지방의 경우 3G 데이터 통신이 터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살아야했다. 정치 불안정과 소요가 지속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 차원에서 통신을 차단한 것이다. 그나마 유선 인터넷의 경우 접속을 허용했으나, 1달 동안 그마저도 차단을 한 적도 있었다. 2018년에 인터넷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정전 단수와는 또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였다. 그러다가 올 해 5월경부터 정권이 안정되자 3G 통신을 허용했다. 중국만큼의 인터넷 검열이 이뤄지는 국가는 아니지만, 정권 수뇌부의 판단에 따라서 망 자체를 차단하는 원시적 방법으로 국가가 인터넷을 관리하고 있는 나라이다. 다행히 정권이 많이 안정 된 상황이라 당분간은 이런 통신 불통을 경험할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 된다.
사실 이런 인프라 접근에 대한 장애 문제는 에티오피아 파견이 확정되고 국내 교육을 받으면서부터 알게 된 사실이다. 국내교육원에서 에티오피아 단원들이 출간한 활동 수기 책들이 있어서 몇 권 읽었었다. 그 중 ‘내 이름은 테스파’라는 저자 박강민은 소단원 제목이 ‘15일 정전, 30일 단수 어느 것이 더 불편한가?’에 관한 체험담을 쓰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다 상상할 수 없는 명제인데, 다행히 본인은 2017년부터 여기에 살아서 조금 더 에티오피아가 발전했고 그 덕에 저런 최악의 상황은 경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몇 몇 지방은 정전과 단수가 필자가 경험한 것 보다 더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는 단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심지어 특정 지역의 경우 3G 데이터는 고사하고 전화 통화도 어려운 지역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겪는 관련한 문제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작년에 파견되고 얼마 안 돼서 KOICA가 주관하고 한국의 NGO가 실행하는 농촌 개발 사업에 노력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마을은 2017년인데도 마을에 전기가 없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마을 회관을 지어주고 거기 전기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 마을 회관 전등을 키게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었다. 노력 봉사를 마치고 마을회관 외에는 어떠한 전기도 없이 어둠 속에 있는 마을을 지나오면서 2017년을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 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말 많은 현지인들이 집에 수도가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나 여자들이 주로 물을 공동 수로에서 길러서 자신의 집으로 가져다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전기와 수도 없이 사는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당장은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정말 답답하게 만든다.
전기 없이 물 없이 그리고 통신 없이 사는 삶을 감수해야 하는 게 에티오피아에서의 생활이다. 그리고 이는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전기와 물 그리고 통신에 대한 소중함과 절박함을 이렇게까지 배우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이것들은 공기와 같은 것이기에, 소중하다고 느끼지만, 당연하다고 느끼기에 이들의 존재에 대해 ‘감사’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는 완전히 다르다.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고,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느리지만 카카오톡을 할 수 있는 게 여기서는 감사의 차원을 넘어서 행복의 요소가 된다. 그래서 이것들이 결핍됐을 때 분노까지 느끼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된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는 한국에서는 문제조차 되지 않은 것들로 문제가 되고, 그것이 해결 됐을 때의 기쁨과 감사가 따라 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이다. 지금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전기와 수도 그리고 통신은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이뤄진 결과물임을 여기 와서 배웠다. 이 나라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금 보다 더 나은 수준의 국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전기와 수도 그리고 통신만큼은 큰 문제없이 원활하게 쓰는 국가가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