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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Jan 07. 2019

2.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빈곤

 에티오피아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 엄청 위중해 보이는 환자, 장애인과 노인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 보장 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이들이 거리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거리에서 구걸로 연명한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차도로 나와서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아이들은 이 나라의 대중교통 조수가 되거나 마차를 끄는 등의 노동을 한다. 농촌의 경우 아동들은 자연스레 교육보다 농업에 종사하기를 강요받는다. 에티오피아의 주요 수출품인 커피 대다수는 성인과 아동의 구별 없이 생산된 결과물이다. 빈곤의 적나라한 현실을 이 나라 거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 


 이러한 빈곤의 현실은 지표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UNDP에서 매년 조사하는 HDI(Human Development Index)의 에티오피아 2018년 지표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5-17세 사이의 아동 노동 비율은 48.6%이다. 피고용인 중 하루에 3.10$ 미만으로 버는 워킹푸어 비율은 51.5%에 이른다. PPP는 1,719$이다. 여러 지수를 종합해서 에티오피아는 HDI가 조사된 국가 189개국 중 173위를 기록했다. IFPRI와 NGO가 협동해서 발표하는 GHI(Global Hunger Index)는 2018년에 에티오피아가 119개국 중 93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8년 지표는 29.1은 2000년에 기록한 55.9에서 낮아진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1년간 지내면서 가장 큰 답답함은 이 빈곤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World Bank 기준 2006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0.3%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했다. 그러나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문제인 양극화가 이곳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 기반 자체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보니 상당히 높은 성장률임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물 자체는 미미한 상황이다. 향후 10년 동안 비슷한 성장세를 갖고 갈 수 있다면 경제 기반도 일정 부분 다져지고 1억이 넘는 인구와 AU를 기반을 둔 아프리카 외교 중심국가인 에티오피아를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오지 않을 10년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사회적 약자는 그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가 약할수록 더욱더 열악한 처지와 상황에 내몰린다는 것을 여기서 매일 실감하며 산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방 도시 Assela나 수도 Addis Ababa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도 에티오피아 거리에는 구걸하는 이들이 항상 많다. 여성, 장애인, 어린이, 환자 등 언어가 통해서 각자의 사연을 알 수 없지만, 얼핏 보기에도 열악한 이들이 거리에서 동정의 손길을 구한다. 외국인 입장에서 이들을 돕는 것은 사실 큰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100원짜리 동전처럼 쓰이는 1비르 동전은 40원의 가치밖에 하지 않고 정말 별거 아닌 돈이다. 그러나 구걸하는 이들에겐 이 1비르조차도 굉장한 도움이 된다. 빵 한 조각을 사 먹는데 2비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허기를 떼 울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이들을 돕기보다 외면하기 급급해진다. 바로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수도 Addis Ababa와 유명 관광 도시를 제외하고 지방 에티오피아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한국의 지방과 마찬가지로 드문 일이다. 게다가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즉 선량한 뜻에서 이들에게 적선했을 때 만약 자신이 그 적선한 거리에서 상주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향후 지속해서 동일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리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단 한 사람이 아닌 3M 간격으로 만날 수 있는 구걸하는 이들 상당수일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이 나라는 정신질환자나 관련 장애를 앉고 있는 시민들 역시 시스템의 보호가 아닌 거리에서 방치가 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배가가 될 수 있다. 


 물론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과도한 우려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의 외국인은 너무나 눈에 띈다. 그리고 이들을 돕기에는 내 자원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거리에 있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매일 목격하지만,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이 현실을 무시하게 된다. 어쩌면 핑계로 비칠 수도 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보니 산재한 수많은 리스크를 앉고 사는 것을 체감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이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모든 행동은 조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결국 이 지점이 이 나라에서 직면한 빈곤에 대한 개인적 해결책이 없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하다 보니 제도적 시스템적 해결책도 고안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느끼는 것이 더 절망스럽게 다가온다. 


 에티오피아는 여러 우려스러운 전망이 있지만 향후 10년간 지난 10년과 비슷한 정도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성장은 에티오피아 전 국민을 위한 성장이 아닌 지금의 기득권 계층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즉 10년 뒤 에티오피아 대다수 서민층의 삶에 대한 기대와 전망은 아마도 현재와 비슷할 것이다. 부디 이러한 개인적 전망이 틀리길 바라는 것 말고는 현재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여기서 마주한 빈곤의 비극이다. 빈곤은 쉽게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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