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13
살아남아 봅시다, 혁신적 낙관주의를 가지고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를 읽는 독자라면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한 번 이상 크게 놀라게 된다. 전반부에서는 21세기 미국 서민의 삶이 사회 보장 제도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착취 당하고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현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단순히 통계와 이론적인 비판이 아닌, 저자 Madeline Pendleton(매들린 펜들턴)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다보면 놀람을 넘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극적으로 후반부에서는 저자가 창업한 기업 시스템에 대해 놀람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됐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독자에게 오늘의 실패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구호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에 대한 혁명의 토대를 제시한 책이었다.
저자 매들린 펜들턴은 한국 독자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2026년 기준 틱톡 160만여 명, 인스타그램 28만여 명, 트위터 3만여 명 등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동시에 2024년 매출이 약 5백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빈티지 의류 쇼핑몰 TUNNEL VISion(터널비젼) 창업주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대다수 독자는 저자를 쉽게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독자여도 개인의 ‘알고리즘 감옥’ 속에서 저자의 소셜미디어나 쇼핑몰을 자연스레 접하고 인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매들린이 레거시 미디어인 ‘책’을 선택해 자신의 이야기를 출간한 덕에 독자들은 21세기 자본주의 실패와 대안을 확인하게 됐다.
매들린은 ‘신격화된 가난’에 대해 비판하며 실질적 가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California(캘리포니아)의 소도시 Fresno(프레즈노)에서 성장하면서 겪은 여러 풍경에서 저자는 지독한 가난을 버티며 성장해야 했다.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프로모션이 있을 때 개인당 구입 최대 수량인 햄버거 ‘30개’를 구매하고 다시 드라이브 스루에 2-3번씩 들러 한 달치 식량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저자의 부모는 각자의 위치에서 분투했으나, 조기 졸업을 할 정도로 학습 성과를 보여주는 저자의 진로에는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가정 불화로 저자는 청소년기부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고,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하지만 매들린은 쉽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행복해지지 못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 패션을 전공했으나 주경야독으로 학사 학위를 땄지만 엄청난 빚도 같이 떠앉았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저자는 최저임금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무엇보다 2008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불거진 세계 금융위기 사태는 매들린 인생에서 보인 ‘여명’인 정규직 일자리를 앗아갔다. 이때 저자가 남긴 소회는 날카롭다.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자본주의가 모래로 만든 누각에 불과하며, 부자들이 그 누각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를 놓고 내기했다는 사실을 집단적으로 깨달은 첫 번째 세대'라는 대목은 당시의 시대상과 세대론을 적확하게 포착했다.
앞에서 언급한 ‘신격화된 가난’의 실체가 저자가 직접 경제 위기를 겪어온 과정을 보니 더 실감이 났다. 2008년 금융위기는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는 극단화된 양극화를 촉진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매들린의 묘사를 통해 구체화 된다. 저자가 당시 겪은 실직 과정을 통해 미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지체효과’를 추정하게 하고 약물 오남용으로 ‘절망사’가 빈번해졌다는 평가는 글로 읽는 ‘가난’이었지만 직접 옆에서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책의 전반부는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방치 돼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고발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의 전반부는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성공해 ‘You can do it!’과 ‘아메리칸드림’을 제시하는 자기개발서 레퍼토리가 나와도 수긍이 갈 정도로 저자는 분투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아메리칸드림은 우리가 열심히만 일하면 경제적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계층 이동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한다.’고 비판하며 미국 시스템의 붕괴를 고발한다. 또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거리에서 보살핌을 받은 것에서부터 위기 순간마다 빛을 발하는 가난한 이들의 연대 정신을 책에 담아냈다.
전반부를 저자의 삶을 따라가며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다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후반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바뀐다. 최저임금에 전전하는 삶을 개선해보고자 200달러 창업 자금으로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 터널비젼의 이야기가 후반부에 펼쳐진다. 한 번도 쉬운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저자의 삶을 반영하듯 터널비젼 역시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다. 그리고 저자의 고군분투와 노력이 운을 만나 사업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직원을 점진적으로 늘리지만, 대표인 자신을 포함한 전 직원의 임금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한다. 그리고 주4일제와 무제한의 연차휴가 보장을 통해 최상의 환경에서 노동자가 근무하게 만든다.
전반부의 처참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읽다가 후반부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고 접해보지 못한 사례가 터널비젼으로 나타나니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혁명으로 느껴져서는 안된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터널비젼을 공정한 사업체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이상향과 이론으로만 가능했던 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실체를 만드는 성과로 연결됐다. 공정한 임금을 통해 직원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나아가서 주택 마련까지 책임지는 회사라니 유니콘 같은 이야기가 미국에서 실제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러한 성공의 과정에는 저자의 통렬한 반성과 냉철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들린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끝없이 공부했다. 이러한 공부와 실천 덕에 매들린은 조금씩 자산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고 자신의 사업체를 안정화하는 기초를 닦았다. 더불어 매들린은 자신에게 도움과 영향을 준 ’선한 사람‘의 가치와 정신을 이어받아 터널비젼에서 실천해 나갔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삶을 살아왔다. 매들린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 ’이미 자본주의 체제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하지만, 적어도 독자에게는 도움이 되기 위해 앞에서 말한 여러 생존 전략과 팁을 책에 기술했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혁신적 낙관주의‘의 가능성과 실체를 확인한 것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역경과 시스템 실패로 인한 굴레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생존했고 그래서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에서 살아 남았다.‘ 동시에 이 시스템에서 새로운 대안과 방법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역량까지 갖췄다. 책을 통해 대안과 동기부여를 갖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동시에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대한민국 사회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는 약간 나은 상황이지만 분명 우리도 가난에 대한 부조리와 차별 그리고 불평등을 타파해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도전과 방향성을 얻게 된 책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응원과 격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