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10
우연과 필연이 섞인 연인에 대한 추억 이야기
<만약에 우리>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추억할 연인이 있는 관객일 것이다. 진한 로맨스를 보여주지만 결국 그 깊은 관계가 인생의 한 부분이었음을 영화는 말해준다. 무엇보다 운명적 사랑이고 평생을 약속한 연인 관계였지만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는 게 삶이라고 환기해준다. 구교환, 문가영 두 배우의 열연과 원작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덕에 <만약에 우리>가 2026년 새해, 한국 영화계에 기대주로 자리잡게 됐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는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며 ‘게임으로 100억 벌기’를 목표하는 이은호(구교환 扮)와 사회복지시설에서 성장해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지만 건축사를 꿈꾸는 한정원(문가영 扮)의 우연적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은호는 이 우연을 인연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를 활용해 정원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 노력이 이들의 관계를 필연인 것처럼 만들어준다. 그렇게 이들은 평생의 운명이 된 것마냥 아름답게 사랑하고 각자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뜨거운 사랑도 냉혹한 현실 앞에선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은호가 꿈꾸는 게임은 번번이 개발사에 채택되지 못하고 공모전에 탈락한다. 정원은 편입을 통해 건축사의 길을 준비하지만, 은호 아버지의 건강 문제, 주거 문제 등이 터져 생계 전선을 챙겨야 한다. 영화 초반 이들이 보여준 아름답고 애틋한 마음이 현실의 갈등 앞에서 냉정하고 무심하게 식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자연스레 로맨스가 아닌 ‘인생’에 집중하게 된다. 햇빛을 다 가지라고 옥탑방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 정원이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잠깐 연 반지하방의 커튼을 신경질적으로 닫는 정원으로 변하는 과정을 관객은 지켜보며 자연스레 영화의 끝을 인지하게 된다.
<만약에 우리>는 연인 관계의 애틋한 마음과 절절한 사랑 그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을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자연스레 ‘삶과 인생’을 성찰하게 한 작품이다. 대다수 관객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연인 관계’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실수가 반복되는지 영화는 미세하지만 적확하게 포착해 그려낸다. 그리고 결론에서 영화적 설정 대신 ‘흘러간 인연’에 대한 추억과 후회로 마무리해 관객의 공감대를 더 높였다. 특히 이별 후 돌아갈 곳이 없어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정원의 모습과, 평범한 로맨스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 '은호'의 꿈이 두 사람의 헤어짐을 통해 이뤄지는 게 더 영화처럼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만약에 우리>는 개인적으로 밀레니얼세대로서 직접 경험한 20대의 추억, 영화에 담긴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남겨준 영화다. 2023년 <패스트 라이브즈>가 떠오르기도 한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며 미묘하지만 중요한 태도와 행동을 반추해보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만약에 우리>는 구교환과 문가영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꽤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부디 침체기의 한국 영화에 ‘봄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