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12
극장을 찾아가게 만드는 영화
한국인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한국 영화계에 오랜만에 관객 호평을 받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평범한 사람을 통해 실현되는 '정의'에 대한 갈망이 비극적 역사적 사실과 만난 것이 이 영화의 힘이었다. 자칫 심심하거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소재에 최대한 힘을 빼고 적절한 유머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서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역모'가 비록 당시에 성공했을지라도 결국 그것이 '부덕'했음을 관객에게 환기시켜 주는 지점이 <왕과 사는 남자>가 지금의 성공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이라 생각한다.
<왕과 사는 남자>는 '유배지'와 '마을 주민'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통해 영화 얼개를 짠 것이 눈길을 끈다. 유해진이 맡은 '엄흥도'는 '광천골'의 촌장으로서 옆 마을의 유배 사례를 보고 '유배지'를 자처해 박지원이 맡은 '단종'이 '청령포'로 오게 된다. 영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든 장치인데, 이 영화적 장치가 흥미롭고 설득력 있었다. 동시에 자연스레 '광천골' 마을 주민의 서사를 담아내면서 '평민'과 '왕'이라는 대비 속에서 '단종'의 가치를 올려 주는 장치가 된다. 관객은 자연스레 역사적 비극을 떠올리면서도 영화 중반의 아름다운 풍경과 스토리에 빠져든다.
또한 <왕과 사는 남자>는 이준혁 배우가 연기한 '금성대군'을 통해 '단종 복위' 운동의 실체를 관객에게 역사적으로 환기시켜 준다는 점이 새로운 매력이었다. 대다수 관객에게 단편적으로만 알려진 '단종'의 역사를 '금성대군'의 서사를 통해 '정의'와 '저항'의 역사적 사실로 풀어냈다. 영화는 자연스레 유지태 배우가 연기한 '한명회'가 주도한 역모의 실체를 실감하게 하고, '엄흥도'의 역사를 통해 '충정'을 공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플롯이 '광천골' 평민의 서사와 맞닿으며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이 비극적 역사적 사실과 만나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미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배우들이 연기하는 각각의 캐릭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 초반부터 탄탄하게 주연과 조연의 하모니를 만들어낸 영화이기에 결말이 더 깊게 전달된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왕과 사는 남자>를 최고의 영화라 하기는 어렵더라도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영화로 평가받게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의 가치와 의미를 올려 주는 영화를 만나 반가웠다. 더 좋은 성과를 쌓는 영화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