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18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배운다. 한국 현대 미술.
파란만장 굴곡의 대한민국 현대사는 당연하게도 대한민국 현대 미술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 작품과 작가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작품이 전해졌는지 새삼스럽게 환기하게 됐다. 저자 조상인 님은 서문을 통해 책 제목에 ‘살아남은 그림들’을 붙이게 된 사유를 주요 작가의 인생과 작품 사례를 들며 ‘온갖 난관을 헤치고 살아남은 그림들이 이 책을 채우고 있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거장 37인의 이야기와 주요 작품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 현대 미술의 주요 작가와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예술 세계관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현대 미술을 감상할 때 ‘아름다움’과 ‘창의력’에만 집중해서 작품을 보는 편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본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역시 작품의 단편적인 ‘미학’에만 집중해서 봤었다. 그런데 이 책 덕분에 지난 전시에서 본 작품에 대한 소개와 작가 설명을 읽으면서 미술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이 생겼다. 정말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통념을 실감하게 됐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미술가들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했고 시대를 살았는지를 저자가 환기해준다는 것이다. 초기 현대 미술가들이 처한 일제 식민지배의 억압 속에서 작가의 친일 여부 혹은 가족의 배경 등을 짚고 넘어가 독자와 관객에게 유의미한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작품에 그 상황을 담은 박고석 작가의 이야기나 민주주의의 위기와 억압 속에서 시대를 고발한 윤형근 작가의 이야기도 울림 있게 다가온다. 자연스레 저자가 알려준 변관식 작가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나 방법을 배우기 전에 시대를 사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이 책 덕에 개인적으로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작가 나혜석,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김창열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익힐 수 있었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국립현대미술관을 통해 만난 작가 이응노, 이우환, 최욱경 작품 설명을 읽으면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책을 통해 알게 된 오지호, 이성자 작가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의 위치도 확인했다. 오랜만에 책 하나로 많은 것을 배우고 확장하게 된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전시회 투어가 주요 문화 생활로 자리 잡은 지금, 한국 현대 미술을 이 책으로 배워 더 깊은 미술의 세계를 알아가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