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13
선과 정의를 위한 연대의 아름다움
개인적으로 우주 관련 SF 영화를 안 좋아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과 상식이 부족해서 종종 영화 이해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주 영화 중 흥행작만큼은 챙겨본다. 개인적인 지식은 부족하지만, 영화가 선사하는 우주의 아름다움이 궁금해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개봉 전부터 올해 기대작 중 하나라는 소식을 계속 접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시사 이후 온오프라인 호평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름의 기대감과 함께 극장에 갔다. 영화 스포일러는커녕 시놉시스와 트레일러조차 보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 덕에 ‘헤일 메리(Hail Mary) : 미식 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성공 확률이 매우 낮지만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도박성 롱 패스’를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영화를 다 보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잘 지은 영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짜릿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봤다는 흥분을 느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우주선 한복판, 관객은 Ryland Grace(Ryon Gosling 扮)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마주한다. 오랜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탓에 주인공 Grace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하나씩 되짚으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영화 속 현재, Grace는 일행 3명 중 유일한 생존자이고, 지구와 교신을 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걸리는 타우세티 주변에 있다. 영화는 동시에 Grace의 과거를 되짚으면서 중학교 과학 교사 시절 Eva Stratt(Sandra Hüller扮)와의 만남 등 과거 장면을 교차해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매력은 Grace가 외계 생명체 Rocky를 조우하고 소통을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두 존재의 관계를 지켜보는 데 있다. 재난과 외계 생명체라는 기존 우주 영화의 클리셰 요소를 살짝 비틀어 관객의 몰입도와 흥미를 올린 게 특징이다.
블록버스터 규모로 제작된 영화답게 영화가 그리는 우주는 아름답다. 특히 파멸을 예고하는 페트로바선, 그리고 그 해답이 숨겨진 타우세티 행성의 아름다움이 인상 깊다. 재앙과 구원 모두 우주에 있다는 세계관과 이 두 요소를 모두 최대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신비감을 더한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Rocky’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캐릭터 고유의 매력이 귀여움과 함께 친근하게 다가온다. 더 나아가 Rocky의 귀여움과 Grace가 같이 만들어가는 ‘우정’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올려준다. 특히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이들이 만든 ‘희생정신’은 관객에게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온다. 더불어 Grace가 말하는 우주 현상과 과학적 지식을 ‘오브제’처럼 시각화해 영화의 깊이감을 더하지만, 관객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잘 만든 블록버스터 우주 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철학과 윤리를 관객에게 고민하게 만든다. 우주가 만든 재난을 ‘헤일메리 슛’처럼 기적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Grace와 Stratt를 포함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한다. 동시에 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어떤 비극이 돌아올지 Stratt는 냉정하게 직시한다. 그래서 일말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윤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Grace에게 강요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지닌 고귀함과 역설을 영화는 하나의 주제 의식으로 다뤄낸다. 동시에 이 영화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희생정신’의 숭고함도 환기시켜준다. 그리고 영화는 블록버스터답게 ‘희생정신’이 단순히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값진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One Battle After Another>로 작품상을 수상한 Paul Thomas Anderson 감독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 영화를 썼다.’고 밝힌 수상 소감이 화제를 모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의 세계관을 말하지만 결국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다. 영화에서는 다가오는 인류 멸종 위기 앞에 패권 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힘을 합친다. 자연스레 관객은 영화가 아닌 2026년 현재, ‘헤일메리 슛’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떠나게 된다.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멋진 우주를 상상하고 싶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 극장, 기왕이면 큰 상영관에서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