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리뷰

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 14

by 휘서
호퍼스.jpg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찬란한 상상력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드는 감탄이다. 신작 애니메이션 <호퍼스(Hoppers)> 역시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환경 운동을 위해 비버가 되는 설정도 흥미로운데, 이후 만나게 되는 세계관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제작진은 관객이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들을 버무려 공감대를 쌓아 올린다. 단순히 꿈의 서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를 반영하면서 애니메이션 창의력을 극대화한 작품이 <호퍼스>였다.


<호퍼스>는 자칫 구닥다리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인간을 동물로 ‘전이’시키는 플롯이다.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을, 주인공이 동물의 세계에서 경험하는 ‘자연’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신선함으로 변모시켰다. <호퍼스>의 악역은 애니메이션 배경의 도시 ‘비버턴’의 시장 ‘제리’다. 제리는 재선을 위해서 메이블이 지키려고 하는 ‘연못’을 파괴하고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짓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메이블이 호퍼 로봇을 활용해 비버가 돼 직접 자연 생태계에 뛰어들면서 겪는 이야기가 <호퍼스>의 주요 내용이다. 인간적인 이기심과 선의의 대립이면서 동시에 생태계의 순리를 애니메이션으로 해학적으로 풀어낸 것이 <호퍼스>의 매력이다.


<호퍼스>의 놀라운 점은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지극히 사실적인 장치들을

활용해 비중을 절묘하게 맞추는 것이다. 비버가 된 메이블에게 ‘포유류의 왕’ 조지를 등장시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 세계관의 ‘생태계’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설정을 제시한다. 비버 로봇 ‘호퍼스’ 덕에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해석 장치가 없는 인간에게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통하는 재치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상상력’과 ‘현실감’의 절묘한 조화 덕에 관객은 작품을 보는 내내 놀라고 공감하게 되며 즐기게 된다. 디즈니 특유의 ‘무해한 세계관’이 보는 이를 편안하게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호퍼스>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 주는 유쾌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특히 ‘자연의 역습’을 표현하는 하이라이트는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애니메이션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자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환기해 주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 흥행 실적은 약하지만 다행히 글로벌 시장 매출은 좋은 편이라 후속편도 기대 가능한 상황이다. 마음 편하게 웃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이 궁금하다면 <호퍼스>를 챙겨보시길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도둑맞은 자부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