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20

by 휘서
20260406_222759.jpg

예술인에 대한 평가를 고민하다.

2026년은 개인적으로 의도치 않게 한국 현대 미술의 식견을 넓힌 한 해가 되고 있다. 이번 책은 서점에서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 임옥상 보는 법>이라는 제목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됐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민중예술'을 군사 독재 정권 시대 미술가들의 저항 정신을 담은 미술 장르 정도로만 가볍게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는 주제를 넓혀 우리나라 ‘민중예술’에 대한 평가와 의미 그리고 학문적 의의까지 포괄하며 예술가 ‘임옥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예술가 임옥상은 1950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1968년 입학한 작가다. 작가 임옥상은 ‘삶의 영역은 예술 영역보다 언제나 앞선다.’라고 주장하며 1980년대부터 당시 한국 현대 미술의 주류인 ‘추상화파’에 대해 ‘침묵의 정치’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이러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시대 정신을 반영한 도발적인 작품을 창작하면서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토대를 닦았다. 저자 박소영은 이러한 ‘민중미술’을 다수를 위한 미술, 사회적 예술,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계층이 연대한 미술, 소통적 보편성을 가진 예술이라 정의하며 임옥상의 작품을 통해 설명한다.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는 임옥상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작가가 추구한 ‘민중미술’의 의미와 의의를 환기한다. 실제로 작은 지면으로 확인한 작가의 작품 면면은 엄혹한 군부 독재 정권 시절 속 이러한 ‘문제작’을 그려낸 작가의 의도와 대범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연스레 ‘민중미술’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동시에 저자가 서문에서 '민중미술'에 대한 서구권 평단의 편견과 오리엔탈리즘을 적극적으로 비판한 이유에 공감하게 된다. 단순히 미술적인 기법에 머무는 접근이 아닌 시대 배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이해가 된다.


2022년 출간된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는 임옥상 작가의 일대기를 정리한 평론이다. 하지만 임옥상 작가는 2023년 자신의 연구소 직원 성추행을 저질렀고 2024년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이 논란으로 인해 작가의 최근 작품 중 일부가 철거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임옥상이 자조했던 ‘민중미술가는 명예인가 족쇄인가’의 한탄을 넘어, ‘자멸’하고 말았다. 자연스레 임옥상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에 회의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조심스럽지만, 작가의 범죄는 그 자체로 분명히 기록하되,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맡겨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시에 이러한 주장이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도 있기에 마냥 작가와 작품을 띄어내놓고 생각하기 어렵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와 철학을 지키며 역사의 평가를 온전히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깨워준 책이 됐다. 군부 독재의 엄혹한 시절 민주주의와 약자의 아픔을 대변한 작가의 근황이 성범죄 판결이라는 게 상당한 충격이자 유감이었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서 작가에 대한 호평을 유지할 수 없지만, 작가가 40여 년 전부터 활동한 예술 세계에 대한 존중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책 제목 그대로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가 얼마나 어렵나 실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호퍼스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