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21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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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에 대한 찬가

'스포 조심', 유명한 영화, 드라마 혹은 소설 같은 스토리 기반 콘텐츠를 즐길 때 대중들이 가장 경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포'는 '스포일러(Spoiler)의 줄임말로,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의 주요 줄거리나 핵심 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소비자가 미리 결말이나 주요 내용을 인지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면 재미와 의미가 반감되기에 온라인 상에서 관련 경고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미 영화를 먼저 보고서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주고, 역으로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소설의 아름다움을 실감하게 해주는 작품이 됐다. 이미 '스포'를 알지만 재미를 넘어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프로젝트 헤일메리〉 덕분에 오랜만에 만났다.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가장 큰 매력은 매력적인 영화를 복기하면서 관객으로서 놓친 장면을 독자로서 디테일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순식간에 지나가거나 생략한 요소가 전체적인 서사를 끌어가는 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특히 우주 과학 이론에 대해 비전공자 독자에게 최대한 상세히 풀어준 덕에 영화에 대한 깊이감을 키울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영화에서 조연 역할인 스트라트의 서사도 소설답게 다각도로 다뤄져 설득력 있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도 157분에 달하는 장편 영화지만, 소설은 한국어 기준 600페이지가 넘기에 영화에서 생략 혹은 세부 내용이 다른 지점을 확인하면서 읽어가는 것이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즐거움이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선'과 '정의'를 위한 '연대' 정신을 담고 있다. 대재앙을 앞두고 지구는 위기 탈출을 위해 일말의 희망을 품고 '헤일메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많은 우연이 겹쳐 결국 그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자칫 뻔한 클리셰로 전락할 수 있는 서사를 지극히 평범한 과학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를 통해 그려내고 조력자 로키를 등장시켜 그 서사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치밀한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풀어낸 덕에 독자와 관객은 억지 설득이 아닌 서사 자체의 논리에 감탄하게 된다. 이미 영화를 통해 저자가 그린 '우주'의 세계를 '시각화'한 덕에 활자로는 낯선 용어들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높여준다. 선함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체계적인 과학을 만나, 영화로 이미 본 세계의 이미지를 더 뚜렷하게 해준다.


'스포를 당한' 작품임에도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읽는 내내 신난다. 영화에서 놓치거나 중요하게 보지 않은 요소들을 만날 때마다 '유레카'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 앤디 위어(Andy Weir)가 만든 캐릭터와 세계관에 빠져든다. 위기 앞에서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을 향해 가는 '선'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환기해준 덕에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수많은 종말론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접하지만, 평범한 시민이 비자발적으로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여 영웅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플롯은 신선했다. 무엇보다 영화보다 한층 깊이 있게 다가오는 소설의 결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원작을 꼭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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