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사는 집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22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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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실감하다.


2017년 KOICA 한국어교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하면서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참 많은 ‘판자촌’을 만났다. 얼기설기 양철과 흙으로 만든 집을 보면서 ‘가난’의 현실을 실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수현 교수의 <가난이 사는 집 – 판자촌의 삶과 죽음>은 대한민국 판자촌의 역사를 갈무리한 책이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났기에 어린 시절 ‘달동네’로 불리는 마을은 종종 갔던 기억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의하는 ‘판자촌’은 뉴스와 책으로만 접하며 성장했다. 실제로 이 책은 대한민국의 판자촌이 대략 40여 년간 존재하다 현재는 자취를 감췄음을 알려준다. <가난이 사는 집>은 주거 형태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환기하는 좋은 교재였다.


1960년대 대한민국 도시화율은 약 40%이며 수도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돼 2020년 기준 통계에서는 도시화율 90%, 서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8%로 증가한다. 한국의 도시화율 속도는 기존 서구권 선진국이 200여 년에 걸쳐 이뤄진 것을 약 30년 만에 달성한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 특히 서울 집중 현상은 1966년 통계에서 서울 인구의 38%가 판자촌에 거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절대 빈곤 수치가 40.9%로 나타나는 것을 고려한다면 판자촌의 의미가 더 와닿는다.


대한민국 판자촌은 본격적으로 형성된 지 10년이 지난 1970년대부터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국가와 서울시 차원의 대책들이 만들어진다. 특히 1970년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사고’가 판자촌 재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벌어진 사고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운 사실이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판자촌에 대한 문제 의식은 판자촌 초기부터 정권 차원에서 갖고 있었음을 설명한다. 판자촌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했고, 일단 수도 서울에서 판자촌 거주민을 밀어내는 데 급급한 나머지 1971년의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연결되는 배경도 알게 됐다. 그리고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어떻게 판자촌이 재개발되고, 동시에 관련 시민운동은 어떻게 벌어졌는지 저자는 설명해준다.


<가난이 사는 집>의 의의는 현재 서울에서는 극히 일부 동네 외에 찾아볼 수 없는 ‘판자촌’의 변천사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의 주거 문제와 복지 등의 역사도 환기해준 것이다. 단 40여년 만에 물리적인 ‘판자촌’을 해체하고 현재의 변화를 만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위력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물리적으로 해체된 ‘판자촌’이 ‘고시원’ 등으로 남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난이 머무는 집을 더 다독이며 챙겨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판자촌 역사’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 ‘주거권’에 대한 연구 트렌드와 핵심 개념 등도 담았다. 덕분에 빈민촌(Slum)에 대한 대체어로 비정규 주거지(Informal Settlement)가 있다는 것도 배웠다.


2026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저층 주거지가 아파트로 재개발 되면서 철거가 세간의 이슈를 끌었다. 아마도 3년 뒤에는 한강변에 새로운 풍경을 서울시민은 보게 될 것이다. 사실 서울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매해 달라졌다. 이러한 다이내믹이 서울을 40년 만에 판자촌이 없는 도시로 변모시켰다. 동시에 서울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단 한 평의 땅도 허락하지 않는 도시가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과거의 역사와 이야기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며, 편리함과 새로움만 살아남는다. 어쩌면 <가난이 사는 집>은 이러한 빠른 변화가 어떻게 ‘가난’을 도시에서 숨겼는지 은유하는 역사 기록이라 느껴졌다. ‘한강의 기적’이 얼마나 다층적일 수 있을지 이 책 덕분에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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