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들, 코미디언 김경욱 인터뷰
2026년이 김경욱 데뷔 25주년이더라고요. 코미디언으로서 25년을 돌이켜 봤을 때, 최고로 행복했다거나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행복했을 때는 다나카 투어했을 때. 투어 중간에 백상에서 남자 예능상 후보로 올라왔을 때. 23년이죠? 23년 초였죠. 4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던 순간 경욱의 얼굴이 활짝 폈다. ‘웃음꽃이 폈다’는 뻔한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가 미소짓던 순간이 기억난다. 2023년 4월 28일,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렸다. 김경욱은 ‘나몰라패밀리’ 채널로 ‘남자 예능상 후보’에 올랐다. 다나카 전국투어 콘서트 ‘꼬ㅊ보다 TANAKA’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록 본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레드카펫에 얼굴을 비친 후 팬들을 위해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성남 공연장에 가서 콘서트하는 날이 가장 행복했던 거 같아요. 백상 후보에도 올랐고. 공연장 무대에 올라서 이 얘기를 나눴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을 실시간으로 얘기할 수 있다 보니 눈물도 많이 흘렸고… 감동, 치밀어 오르는 감동이. 멘트하다가 진짜 엉엉 울었어요. 엉엉.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울었는데, 진짜 행복해서 울었던. 그때 그 감정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남아서 내가 지방에 가도 따라오고, 오프라인에서도 응원해주고 있는 거라 정말 고맙죠.
그렇다면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어요?
그때가 정말 행복했고, 힘들었던 건 코로나 때. ‘핫쇼’를 못하니까 그때가 힘들었죠. 딱 진짜 잘 되려고 하는 순간이었으니까. 예매사이트에서 계속 1위했다고 들었어요. 대학로에서 2013년부터 공연을 시작하고, 2018년 말부터 조금씩 올라와서 2019년에 드디어 반응이 잘 나오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못했죠. ‘뭘 해야 되지’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죠. 모든 코미디언들한테 코로나는 전부 최악의 기억이네요.
김경욱을 얘기할 때 일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일본 문화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예요?
일본 문화 얘기는 내가 고등학교 때, 더 거슬러 가야 되겠구나. 중학교 2학년 때로 가야 돼요. 친구들 집에 우연히 놀러갔는데 비디오 테이프. 그때는 비디오 테이프였으니까. 잊혀지지도 않아. 거실에 들어갔는데 노래가 막 흘러나왔던 게 ‘엑스 재팬 도쿄돔 라스트 라이브’.
크, 알죠. 저는 잘 모르는데, 초등학생 때 누나가 엑스 재팬 워낙에 좋아해서 옆에 앉아가지고 같이 봤던 기억이에요.
그 콘서트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너무. 엑스 재팬 그 밴드 멤버들, 도쿄 돔에서 공연, 편집도 좋아. 그걸 보고 완전히 맛이 가가지고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죠. 이후에 고등학생이 됐는데 (조)세호 형 네를 놀러갔어요. 그런데 세호 형이 일본에 살다 왔어요. 세호 형도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언이 꿈이었으니까 어머님이 일본 코미디 방송을 녹화를 해 놓으신 거죠. 그래서 형 집에 가면 일본 코미디를 같이 본 거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시무라 켄의 꽁트를 보면서 세호 형이랑 개그 얘기를 많이 했고, 그걸 보고 또 보고… 일본 코미디를 계속 보게 됐죠.
그땐 못 알아듣잖아요.
어려운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짧은 호흡의 꽁트들이었으니까. 그림을 보고 감으로 대충 니주 깔리는 거, 오도시 터지는 거를 보니까 ‘아 이런 게 일본 코미디구나’ 했죠. 거기다 일본은 성(姓)에 대해 금기가 없는데 그 당시는 더 했으니까. 고등학생들이 보기에 이거는 누가 봐도 야한 내용의 꽁트도 있었죠. 감수성 풍만한 도화지 같은 시절이라 일본 소녀에 대한 로망도 엄청 커졌고. 그러면서 좋아하던 가수, 영화, 드라마 전부 일본 거였어서 일본 문화를 좋아하게 됐죠.
일본 문화도 문화인데 그 중에 서브 컬처를 진짜 좋아하잖아요. 갸루로 콘텐츠 누가 했어요. 경욱 님이 하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도 하는 거지.
아무도 안 하니까 (콘텐츠를)하는 것도 있고, 아무도 안 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수도 있고.
요즘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본 서브 컬처는 어떤 게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일본의 ‘마이너’ 문화가 없어지고 다 오버가 됐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귀멸의 칼날’ 극장판이 500만 명이 보는 일반 대중 문화가 됐으니까. 내가 집사에 매력을 느꼈던 건 그게 서브 컬처였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재밌었던 거지, 그러니까 호기심인 거잖아요. 유튜버들이 집사 카페나 메이드 카페 가서 체험한 게 아무도 안 하는 거니까 즐겼던 거죠. 집사나 갸루에 꽂힌 것도 서브 컬처니까. 저번에 만난 갸루오 ‘코쇼’ 상도 시부야에서 삐죽삐죽 머리하고 남 눈치 안보고 춤추는 야생이에요. 그 사람은 지금도 아침에 스프레이 한 통 써서 머리 만들고 엄청 화려한 목걸이 차고 시부야에서 ‘파라파라’ 춰요. 이걸 장인처럼 지켜오는 게 나는 너무 멋있고 재밌어요. 고마웠던 건 DM으로 일본에서 같이 만나자고 했을 때 그냥 만나줬어요. 참 고맙지. 지금도 꽂혀있는 건 갸루.
굉장히 매니아 지향적이라고 생각해요. 김경욱의 코미디가 쌓이고 쌓여서 대중들에게 닿은 거지, 대중적인 코미디를 하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대중적으로 할 생각은 아예 없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대개 공감하는 부분에 있어서 내가 재미를 잘 못 느껴요. 스케치 코미디라던가, 몰카라던가 이런 류들도 남들이 다 하니까 하기 싫은 것도 있는데 내가 생활 공감대 개그같은 걸 잘 못하기도 하고. 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경욱 님이 했던 코미디에 뭔가 밈이나 트렌드를 쫓아서 했던 거는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안에 있던 걸 다 끌어내서 한 건가요.
맞아요 맞아. 그러니까 이걸 채우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뭔가 재밌는 게 안 나온다? 그러면 내가 부족한 거구나. 꺼낼 게 없다라고 생각하니까. 다나카 한창 때 6개월 지날 즈음 진짜 ‘껍데기만 남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멘트도 그렇고 던질 수 있는 걸 다 던졌다는 생각이. 그래서 나를 채우려고 페스티벌도 가고 여행도 가고 하는 거죠.
다나카 전성기 시절에 일본도 많이 갔었잖아요. 일본 진출의 결말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됐었나요?
진출을 본격적으로 한 건 아니었어요. 진출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당시에는 ‘한국에서 더 잘 되면 뻗어나가겠지’하는 생각이 더 컸죠. 워낙 한국이 세계 문화에서 핫한 상황이니까. 한국에서 애매하다고 생각에 일본 활동을 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워낙 일본 문화에 관심이 크니까 진출에도 관심이 있으신 줄 알았어요. 진출을 못한 걸 후회하기는 하죠. 에너지로 밀어붙였어야 됐다 싶긴 해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었어야 했다. 게으른 거지. 아침에 일어나서 영철이 형님 하듯이 학원 가서 1시간 수업 듣고 왔어야지. 아직 실행력이 부족한 상황인 거죠.
하지만 스케줄이 너무 너무 많았잖아요.
그때는 내가 게을렀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는데, 그 이후로는 시간이 생겼으니까요. 지금은 해야 된다는 거지. 타이밍도 따라줘야 하고 천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관심은 계속 있는 거죠? 일본에서 잘 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으니까요.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내가 좋아했던 스타들이 내 존재를 알 때의 희열이 또 있어요.
그러면 한 7~80%는 이룬 거 아니에요?
만나고 싶었던 게 세 명이에요. GACKT(각트), 요시키(X-Japan), 그리고 라르크 앙 시엘의 하이도. 하이도는 최근에 콘서트를 와서 대기실에서 잠깐 인사드렸어요. 요시키는 화상 통화로만 만난 거긴 한데 아무튼. 우와, 최애 TOP 3를 다 만났네요. 이제 더 큰 꿈은 중간에 누굴 통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서 만나면 좋겠다.
영화에 대한 꿈은 아직도 있나요.
있긴 해요. (이)창호가 ‘클리셰’ 콘텐츠 만든 거 보면 그 수많은 걸 꾸려나간 게 참 대단하더라고요. 꿈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나도 뭔가 해야 하는데. 그래도 계속 말을 뱉어야 돼. 나중에 나이 먹고 주성치처럼 자기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경욱 님 주성치 같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생김새나 표현하는 연기가 닮았다고 듣는데 너무 영광이죠. 주성치는 세계적으로 먹히는 감성이니까.
요즘 넷플릭스에 주성치 영화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서유기’도 올라왔던데. 언젠가 날잡고 정주행해야 되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주성치 좋아한다고 말 못하는 게, 서유기도 안 봤는데 팬이라고 하기가 어려워요. ‘쿵푸허슬’, ‘소림축구’ 봐놓고 팬이라고 말하기가 좀… 맞아요. 저도 그거밖에 안봐서…
*4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