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들, 코미디언 김경욱 인터뷰
팬미팅은 되게 뿌듯하셨겠어요.
실제로 대면하는 건 온라인이랑 달라요. 거기서 에너지도 정말 많이 얻고. 팬미팅에서는 토크를 더 많이 하긴 했는데, 내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나몰라패밀리가 노래를 내기 시작한 게 2006년이니까 벌써 거의 20년 전인데, 그때는 우연한 계기로 노래가 나오긴 했죠. 하지만 당시 프로듀서 님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주셨거든요. 그 덕분인지 나몰라패밀리 때 느꼈던 무대에서의 희열을 계속 잊지를 못해요.
팬미팅 제외하면 공연 안 하신지는 조금 된 거 같더라구요. 무대에 갈증은 없으세요?
페스티벌이나 무대 행사가서 채워요. 다른 가수 네 곡 정도 하면 나는 한 여덟, 아홉 곡 해버려요. 돈 받고 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옛날에도 ‘지산 락페’든 ‘월디페’든 가서 밑에서 놀고 있으면 ‘위에서 돈 받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요. 나중에 하입이 다시 들어온다면 어떤 페스티벌이든 참여하고 싶어요. 정말 무대 체질이네요. ‘핫쇼’ 공연하던 시절 인터뷰에서도 ‘스트레스 풀려고 공연한다’고 하셨더라고요. 난 무대에 너무 서고 싶어요. 지금도 똑같아요. 잊고 살았는데, 다나카 덕분에 무대에 오르니까 다시 느끼고 있어요. 사람 많은 무대에 서는 이 희열을 끊을 수가 없다.
김경욱의 코미디 커리어에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음악을 하기 위해 코미디를 하는 건지, 코미디를 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건지 궁금하긴 했어요.
나몰라패밀리는 당연히 코미디가 시작이었죠. 그런데 나몰라패밀리 자체가 내가 선곡한 노래 ‘Sir Mix-A-Lot - Baby Got Back’ 때문이었어요. 이 음악에 경욱 님이 춤추는 걸 보고 나몰라패밀리 시작이 됐다고 들었어요.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나진 않는데, 그 B급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녹음기로 녹음해놨던 노래에 춤을 추다 그렇게 된 거였죠. 그러다 보니 무대에서 노래가 주는 중요성을 깨닫고 시작했어요.
음악이 나오는 과정은 어떻게 돼요? 컨셉을 생각하고 있을 때 노래가 들어오는지, 노래를 들어보고 그에 맞춰서 컨셉을 짜는지. ‘잘 자요 아가씨’는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딱 그때 과나랑 ‘뭔가 만들자’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부산 코미디 페스티벌’에 갔다가 ‘닛몰캐시’를 만나서 이 친구랑 뭘 하고 싶다는 움직임이 있었거든요. 닛몰캐시가 집사 콘텐츠를 하고 있었고, 집사 컨셉으로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과나랑 이야기하던 게 있어서 동시에 진행이 됐죠.
‘OK!NAWA’는요?
이것도 비슷한 느낌인데, 한창 오키나와에 직접 가서 금태양 콘텐츠를 하고 있었고, 유카한테 받았던 유로비트 곡이 있었어요. 이 비트에 ‘여자 보컬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삐삐밴드 이윤정 누나랑 연락이 닿아서 도움을 받아가지고 품이 커졌죠. 윤정이 누나랑 하는데 그냥저냥할 수는 없으니까. 비주얼에 최대한 힘 줘서 만들었던 게 ‘OK!NAWA’. 그때그때 기운들이 모여서 되는 거군요. 물론 준비되어 있던 게 있기에 가능한 일이구요.
김경욱은 기획자이지만, 플레이어로서 살 때도 많잖아요. 플레이어인 다나카나 김홍남에게 어떻게 주문을 하는 편인가요? 그들에게 기획자 김경욱을 신경쓰지 말고 카메라 앞에서 다나카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나요?
다나카나 홍남이한테 기획자 김경욱을 최대한 신경쓰지 말라고 하죠. 기획자와 플레이어가 완벽하게 분리가 되어야 가장 멋있는 상황이 되니까. 다나카가 눈치를 보면서 김경욱을 피력해준다거나 한다면 보는 사람들의 몰입이 깨지고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들이 원하는 다나카는 와일드하고, 남 눈치 안 보고, 앞뒤없는 야생의 다나카를 원하니까요.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죠?
분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생각이 많아지면 안 돼요. 사실 전에 ‘핫쇼’하면서 나몰라패밀리 멤버들 챙기던 시절이랑, ‘웻보이’ 만들 때는 정말 기획자로만 살려고 했어요. 카메라 뒤에서 음반 A&R하는 프로듀서처럼 살았거든요.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할 때는 완전히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사람 생각은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다시 플레이어로 뛰어든 거지. 다나카나 홍남이는 내 분신과도 같은 애들이니까 사실상 플레이어나 다름 없다. 아무튼 이제 마흔 셋이 됐는데, 기획자와 플레이어 둘을 병행하는 시기가 왔죠.
지금 코미디언들이 유튜브 시대에서 잘 된 이유가 기획자이면서 플레이어일 수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옛 환경과 달리 스스로 기획한 대로 영상이 나올 수 있잖아요. 하지만 결국 코미디언은 무대에 서는 플레이어고, 플레이어로서 활약했을 때 결과값이 나오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자부심이 되기도 해요. 내가 만든 걸로 잘됐다는 자부심.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지만, 나도 실제로 바닥을 딛고 일어났잖아요. 물론 다 같이 도우면서 살기도 하고 나 혼자 잘해서 잘됐다고 말하기 그렇긴 하지만, 누가 끌어줘서 된 건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어쨌든 나를 ‘기획자’ 김경욱이라고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그만큼 다나카와 김홍남, 그리고 나의 거리를 두고자 하는 거죠. 나는 너무 I(내향적)인데 김홍남은 무슨 시정잡배처럼 행동하니까.
대신 기획자니까 김홍남과 다나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라고 할까요? 이 글 읽을 사람이면 다 알아들었을 거예요.
요즘 행사 포스터 보면 김홍남 이름 써놓고 '(구 다나카)' 써놓더라고. 사람들이 잘 구분 못해요.
요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아침에 5km 뛰고 왔어요. 살이 좀 찐 거 같으면 식단도 하고, 동기부여 영상도 많이 보고. 동기부여 영상이요? 전혀 안 볼 타입인 줄 알았는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타입이에요? 엄청나게. 김영철 형님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영어 공부한다는 얘기나, 장도연이 하루에 아침 신문 5개 보고 어휘력 늘린다는 얘기 들으면 자극 엄청 받죠. 난 왜 저렇게 못할까.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도 열심히 사는데 내가 덜 열심히 살면 부끄러워하는 게 맞다는 주의. 물론 사람이니까 루틴이 깨지고 그러는데 그러면 다시 자책하고 5km 뛰고 하는 거지.
(이마를 짚으며)저도 프리랜서로서 이런 걸 배워야 한다고 다시 새삼 느끼네요. 경욱 님도 코미디 쉰 적이 없죠?
쉰 적은 없죠. 중간에 딴 생각, 그러니까 사업을 잠깐 하긴 했는데 거기서도 웃기는 걸 포기하지 않았던. 김 사업을 했는데 김 이름이 ‘맛있는 미스터 김’. 이중적 의미로 김도 맛있고 미스터 김도… 아무튼 노래를 내도 그 안에 메시지는 항상 재밌으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진지한 것도 코미디라고 생각해서 ‘진지할 수록 재밌겠다’ 싶은 것도 있어요. 노래를 내도 더 진지하게. 그래야 더 웃기니까. 꽁트든, 만담이든, 스탠드업이든 표현의 방식이 다른 거고, 나는 노래로 코미디를 하는 거죠.
경욱 님이 지속적으로 코미디를 해온 방식이 ‘성실’이라는 단어보다는 다른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인내, 끈질김, 무던함, 절박함… 어떤 단어가 경욱 님이 코미디 인생을 끌고 오게 한 단어일까요?
단어… 나한테는 ‘디테일’. 만드는 코미디를 꾸밈에 있어서 그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죠.
생각난 것이 있으면 완성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죠.
완전 아티스트적인 생각인데요? 이런 점이 일반인과 예술가를 가르는 지점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단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런데 평소에 경욱 님 봤을 때는 별로 고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멋있어 보이니까(웃음). 고민은 너무 많은데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되는 게 맞는 듯 해요. 무언가 내놨을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어서 나왔을까’로 보여지면 가볍게 즐기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편하게 즐기면서 ‘나왔나 보네’로 보여지는 게 좋죠.
아, 제가 말한 ‘고민이 없다’는 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고민이 아니라, ‘과연 이게 재밌을까’에 대한 고민이 없어보인다는 말이었어요.
그런 거면 ‘무조건 내놔야 한다’ 주의라서. 우선 대중이 판단해야 된다. 지금 당장 내가 웃긴 거일 수도 있는데, 나중에 봐야 웃길 수도 있는 거고. 재밌겠다는 판단은 어떻게 해요? 기준을 어떻게 세워요? 내가 재밌어야 되는 거. 지금 당장 반응이 없다고 해도, 찍을 당시 재미있었거나 같이 하던 사람들이랑 편집하면서도 ‘야 이거 재밌다’ 했거나 하면 되는 거죠. 시간이 지나서도 재밌었던 기억이 있으면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 되니까. 촬영을 했을 때도 즐겁지 않았거나 의심이 들었거나 했던 건 영상을 비공개로 바꿔놓은 것도 있어요. 역시 내가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하군요. 그렇죠.
*3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