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1): 남들이 안 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사람

웃기는 사람들, 코미디언 김경욱 인터뷰

by 혈키

나몰라패밀리와 함께 일했던 건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전 직장에 다니던 시절, ‘다나카’ 가 조금씩 알고리즘을 타고 있던 타이밍에 경욱의 계약 소식을 들었다. 다른 코미디언들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봐온 코미디언이다 보니 신기하다는 감정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김경욱과 일한다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경욱이 회사에 들어오고 얼마 후, 다나카의 인기가 그야말로 ‘떡상’했다. 그를 물리적으로 마주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틈틈히 일부러 나몰라패밀리의 일을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언제 또 김경욱이라는 사람과 일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의 콘텐츠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응원했다고나 할까. 쉼없이 달리는 그가 지치진 않을지 걱정도 했었으나 기우에 가까웠다. 정말 끊임없이 콘텐츠를 쏟아내는 경욱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또 궁금해졌다. 데뷔 25주년이 되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계속해서 코미디를 할 수 있을까?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서면서도 현역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는 비결이 궁금해졌다. 조심스레 연락해보니 언제든 인터뷰해도 좋다는 답변이 왔다.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고양시에 위치한 나몰라패밀리 사무실로 향했다.


IMG_8200.JPG 사무실에는 팬들이 만들어 준 수많은 기념품과 경욱이 모은 굿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IMG_8197.JPG 경욱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물품과 경욱이 좋아하는 것들이 한데 뒤섞여있다


경욱 님 같이 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네요. 그때 마주치면 피곤해 보이셔서 제가 ‘오늘은 컨디션 괜찮으시냐’하고 묻는 게 인사였던 기억이에요.

그땐 그랬죠. 계속 몽롱한 상태였어요. 한 6개월 정도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던 상태. 메타코미디랑 계약 끝나고 계속 바빴는데 추워지면서 ‘정신 차려야겠다’, ‘이대로 안 되겠다’해서 했던게 ‘잘자요 아가씨’였어요. 그리고 2024년에 김홍남으로 뽕짝 콘텐츠 공격적으로 하다가 ‘미스터트롯’도 나갔죠.


그리고 삐삐밴드 이윤정 님과 함께 ‘OK!NAWA’, 노민우 님과 함께 ‘검은고양이’ 음원도 내셨어요. 최근에 그 기세로 ‘불량품연애’까지. 정말 쉬지를 않으시네요. 계속 혼자하고 계신데 부침은 없으세요?

부침은 항상 있죠. 회사 들어갔던 것도 사실 사람들이랑 부대끼고 싶어서 들어갔던 거니까. 막상 계약하는 타이밍에 확 바빠져서 물리적으로 마주치지 못해서 생각과는 달라지긴 했지만요.


계약하던 타이밍에 딱 맞물려서 다나카가 대박이 났으니까요. 다나카와 동시에 김홍남, 김건욱도… 기획자로서.

기획자죠.


다나카, 김홍남, 김건욱 등을 키운 기획자.

그렇죠. 기획자예요, 기획자. 제가 워낙 애지중지 키웠다보니 저랑 동일시해서 얘기하는 느낌이죠.


익히 알다시피 다나카, 김홍남은 기획자 김경욱이 키워낸 스타다. ‘부캐’가 아닌 ‘나몰라패밀리’의 전속 연예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 그 점을 참고해주면 인터뷰에 더 깊게 몰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해 경욱과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양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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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김경욱이 기획을 하는 법


저도 인터뷰하면서 왔다갔다 할 수도 있는데, 독자분들이 오해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무튼 간에, 캐릭터들로 코미디를 하시는 편이잖아요. 일반적으로 여타 코미디언들이 했던 이른바 ‘부캐’들은 현실에 있는 군상을 과장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김홍남 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어쩌다 한 번 볼 수도 있는 괴인이긴 한데, 사실 이런 미친 인간이 어딨어요. 이렇게 미친 캐릭터는, 뭔 생각(positive)으로 만드는 거예요? 어쩌다 나오는 거예요?

나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변할지 많이 고민해요. 스스로도 정립이 안 돼요. 그래도 지금 당장에 떠오르는 대로 또 얘기하자면, 다나카든 김홍남이든 결국 남들이 이 정도도 어렴풋하게 안 하니까.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는 게 1번이죠. 무조건.


요즘에 영포티 놀리는 포인트가 나이대에 안 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말하는 거잖아요. 내가 봐도 53세에 민소매 티 입고 옛날 홍대 힙합 클럽 거리, 이제 힙합 클럽도 없는데. 거기서 요란 떨고 있는 게 웃기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약간의 조롱도 있었겠죠?


경욱기인터뷰.jpg 김홍남이 탄생했던 콘텐츠 '기인터뷰'


그런 캐릭터는 어디선가 캐치를 한 걸까요? 아니면 머리 속에서 나온 거예요?

워낙 제가 관심 분야가 많다 보니까, 홍남이도 그런 거죠. ‘기인터뷰’ 콘텐츠에서도 보면 홍남이가 직업이랑 관심사가 계속 바뀌어요. 힙합도 했다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 내가 관심 분야였던 것들이에요.


김경욱의 멀티버스가 모인 느낌이네요.

그쵸. 김홍남이라는 사람이 1지구에서는 이런 직업, 2지구에서는 저런 직업을 가졌던 거죠. 힙합에서도 따오고, 배우에서도 따오고, 헬스트레이너일 때도 있고.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따오긴 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상상으로 가는 거네요. 김다로도 마찬가지고. 김다로는 어디서 나왔는지 감도 안 와요.

나도. 나도. 경욱 님도 몰라요?(웃음) 사람들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데 나도 본 적 없는 어딘가의 기억에서 나온 거지. 다나카도 마찬가지고 누구를 직접 가져온 건 아니니까. 결국은 그냥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다 보니까 나온 거예요.


image.png 심리상담가(?) 김다로.

관심사가 너무 많아서 캐릭터도 너무 많아


결국 이거는 거의 본능이라고 봐야겠네요. 인터뷰하면서 가장 부딪히는 게 이 부분이에요.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는가’를 따져보면 본능이라는 답변이 많아서요. 여러 가지 모티브에서 탄생한 김홍남이 ‘뽕짝’에 깊게 빠졌단 말이죠. ‘뽕’, 트로트에도 관심이 있었던 거죠?

난 고등학교 때부터 이박사 님을 너무 존경했으니까. 이번에 머쉬베놈 님도 이박사 님이랑 같이 작업했잖아요. 사실 ‘미스터트롯’ 나가면서 이박사 님이랑 같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었어요. 근데 2019년에 이박사 님이랑 곡을 냈었어요.


image.png Namollafamily(나몰라패밀리) - Hit it (때려너) (feat. 이박사 Prod.ANTIHEROES)


아 정말요? 와, 전혀 몰랐어요.

'때려너'라는 곡인데, 나몰라패밀리가 이박사 님한테 연락드려서 피처링을 받았죠. 수소문해가지고 어디 인천 나이트 클럽 찾아가서 ‘저희 나몰라패밀리라는 팀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려서 했거든요. 머쉬베놈처럼 정돈되게 만들어 드리진 못했지만 당시도 트랩같은 랩을 했었어요. 요즘 이박사 선생님 하입이 다시 올라와서 주위에서 ‘또 해 봐라’ 얘기가 나오긴 하거든요? 그런데 또 시류에 휩쓸려서 하기는 싫어서 그러진 않았네.


경욱 님은 정말 관심사가 없는 데가 없네요.

힙합도 좋아하고 락도 좋아해서 페스티벌도 많이 갔죠. 저번에 펜타포트도 가셨잖아요. 펜타포트도 가고, 부산 락페도 혼자서… 이번에 Y2K가 25년 만에 온다고 해서 갔죠. 정말 옛날에 좋아하던 Y2K였으니까.


image.png 이미지 출처 @namolla_f


혼자 가셨어요?

내 나이가 되면 페스티벌을 스탠딩으로 볼 수 있는 체력이 되는 사람이 없어요. 체력이 된다는 게 대단한데요. 나는 낮에 돌아다니고 맥주 마시고 노래 듣고 다른 스테이지 넘어가고 하는 걸 너무 좋아하고 재밌어 해요. 이때 아니면 또 못 볼 수 있는 팀이 있고 하니까 ‘그때 볼걸’ 후회할까 봐 그렇죠. 이미 저번에도 ‘BABYMETAL’팀이 왔는데 그걸 못 봐서 아쉬워요.


지난 번에 했던 ‘텐미팅’도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텐미팅’ 하자고 해놓고도 ‘할 수 있을까’ 했죠. 하지만 하고 나니 너무 잘했다. 다나카 전성기 때는 지방 투어 가면서 몇 백 석을 채웠고 했잖아요. 이제는 나몰라패밀리의 콘텐츠를 좋아해주는 코어 팬덤이 생겨서 이들을 위해 한 거죠. 소극장에서 하면 누가 못봤다고 할까봐 10번을 하면 이건 다 보겠지하는 마음으로. 말장난으로 팬미팅을 ‘텐미팅’으로 하긴 했지만, 팬미팅을 연속 열흘하는 것도 ‘김경욱이 먼저 했다’ 싶은 것도 있었죠.


‘먼저 하는 것’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게 제가 보이 러브 콘텐츠를 먼저 했었는데… 조회수는 얼마 안 나왔지만(웃음). 몇달 지나서 면상들이 하더라고. 얘네가 때깔이 더 좋아서 인정하긴 해요. 열심히 만든 게 의외이긴 했어요. 걔네는 열심히 해야지. 피똥 쌀 정도로.


경욱보이러브.jpg 왼쪽이 '나몰라패밀리'의 보이러브 콘텐츠, 오른쪽이 '더면상'의 '식탁의 온도'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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