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사람들, 코미디언 김동하 인터뷰
*3편에서 계속됩니다
저는 이 청도 얘기가 재밌어요. 진짜로.
청도 출신 한 두 명 더 있으면 더 재밌을 텐데(웃음). 웃긴 게 서울에 있는 애들은 코미디 호흡이 짧은데, 우리는 늘어질 수밖에 없는 거야. 거긴 어르신분들이 많이 오시고 하니까. 빠르면 이해를 못해.
청도에 맞는 코미디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트렌드에는 안 맞는구나.
당시에 인스타그램 관련된 시바이는 다 뺐지(웃음).
그렇게 청도를 마무리하고 서울에 올라왔잖아요. 상경할 때 불안이나 걱정이 없었어요?
사실 별 생각 없이 왔어요. 원래 그래. ‘그냥 하자’ 주의라서, 뭐든지 하면 다 어떻게든 된다는 마인드.
그 ‘안 불안함’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 자신감이라고 해야 되는지, 그냥 불안함이란 게 없이 사는 건지.
그런 질문을 좀 받아봤는데, 성취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불안감이 해소된 거 같아요. 나도 어릴 때는 불안감이 좀 있기는 했죠. 선생님하다가 그만두고 개그한다고 했을 때, 혹은 예술대랑 사범대 중 어디를 갈지 이럴 때 등등. 다 불안했었죠.
불안감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괴물은 자기가 만들어 내잖아요. 개그하러갔을 때 돈 못 벌면 어떡하지. 서른 살에 직업 없으면 어떡하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날 비웃지는 않을까. 주변 사람들 시선이 이상할까.
사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스스로가 만든 걱정이니까. 어느 순간 ‘이런 거 다 의미 없구나’를 깨달았어요. 사소한 것이어도 내가 살아오면서 내가 목표했던 바는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이뤄낸 삶을 살아 온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나는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마인드, ‘중간에 안 되도 오래 걸릴 뿐이지 무조건 된다’라는 마인드가 아예 체득이 된 느낌이에요.
동하님 서울 올라왔을 때 나이가 지금 제 나이랑 비슷한 나이라서, 어떻게 저런 결심을 내렸을까. 어떻게 저런 마인드셋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성취라는 게 뭐, 기훈 님 지금 혼자 살고 있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하고 청소기 돌리는 것만 해도 성취라고 보거든. 요리하고 반찬 만들었는데 맛있으면 ‘야, 나 이거 할 수 있는 사람이네?’ 싶은 게 쌓여서 불안감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조던 피터슨’스럽네요.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청개구리 심보도 있어. 뭐 나 하지 말라고? 그럼 더 해.
서울 가지 말라고? 갈 거야. 이런?
물론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걱정을 하죠. 현실적으로 봤을 때 서른 셋이 정말 아무 것도 없으니까. 맞잖아. 정말 아무 것도 없어.
비유가 아니라 표현 그대로.
진짜 표현 그대로. 하나 있는 거? 전주 MBC 리포터 19만 3천 4백 원. 20만 원도 안 되는 돈 벌려고 왕복 6시간 걸려서 가지. 밥값 빼고 차값 빼면 얼마 남지도 않아.
그때 뭐 타고 갔어요?
시외버스 타고 갔지. 그것도 웃겨요. 고속터미널보다 남부터미널이 더 싸. 고속터미널에서 일반 버스 타는 값으로 남부터미널에선 우등버스 좌석에 앉을 수 있어요. 나 힘들게 살았네. ‘아 이 정도는 내가 감내할 수 있구나’ 이렇게 한계점을 넓혀가는 거죠.
이러다 보니까 가족들이 ‘평일날 선생님을 하고 주말에 예전처럼 돌잔치 MC를 해라. 그러면 안정적이고 너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지 않느냐’ 해. 너무 맞는 말이지. 이러면 돈도 한 달에 한 400, 500 버니까.
근데. 감히 내 코미디 앞날을 방해해? 내 가족이지만, 응원은 못해줄 망정 방해를? 내가 맞다는 걸 보여주겠어. 이렇게 되는 거죠(웃음). 심지어 친한 친구들 중에도 나뉘어요. 상경하는 게 맞다 아니다. 그럼 친구들한테도 ‘어 너가 그렇게 생각해? 후회하게 해줄게’ 이런 마음 가지고.
내가 친구였어도 ‘하지 마’라고 했을 거예요.
그럴 수 있지. 그들도 무조건 나를 걱정해서 했던 말이니까.
그 예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졌다고 느끼는 거는 있어요? 코미디 시작했을 때와 11년 동안 해온 지금.
2013년부터 했으니까, 이제 올해로 13년차구나. 우와, 나 오래 했네. 예전에는 소위 ‘힘주면 웃긴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기세? 기세로 하면 웃긴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아닌 거 같아요.
이제는 완전 힘 빼고 가잖아요.
그쵸. 더 세련됐으니까. 기세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힘을 빼도 통한다는 걸 많이 알았고. 스탠드업 수위가 세잖아요. 스탠드업이 다른 장르에 비해 수위나 스킬이 더 강하다 보니 내가 전에 했던 개그를 보면 좀 심심한 거죠. 우리끼리 반전이나 꺾음의 정도라고 얘기하는데, 이 정도를 어떻게 더 꺾을까 고민하다보니 다른 게 심심해 보이는 건 있죠.
마흔 살이 더 가까워졌잖아요. 40이란 숫자가 다가오고 있는 것에 고민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전혀 없고. 아예 신경 안 쓰는구나. 조금 잘 돼서 40살 맞이하니까 좋아. 나는 30살에도 없었어요. 스물 여덟 살에 ‘나 어리지 않네’ 한번 왔고, 그 뒤로는 한 번도 없어. 늘 어떻게 하면 더 사람들한테 기가 막힌 조크를 만들어 낼지만 고민해요.
무대 체질인 건 어쩔 수 없이 본능이네요.
그런 거 같아. 설명 불가네. 무대쟁이야, 무대쟁이. 몸이 안 좋을 때도 ‘올라갈 수 있나’하는데 나가서 웃기고 기운 받으면 컨디션이 신기하게 나아진다니까?
와 그 정도로? 이거는 진짜 체질인가 봐요. 저는 가끔씩 ‘내가 만약에 무대에 선다면?’ 하고 ‘오픈 마이크를 해보고 싶다’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만으로도 체할 거 같아요.
막 오줌 싸고? 근데 나도 PD하고 영상 만들면 으으. (웃음)똑같은 거지. 각자의 기질이 있고 적성이 있는 거라.
한국인들이 발표하고 이런 거 엄청 힘들어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대학교 때 발표는 잘 했거든요? 발표는 나만 떠들면 되는데 무대는 관객이랑 호흡이 맞고 소통을 해야하잖아요.
그 와중에 웃겨야 돼. 힘들어. 한 번 해보면 우리의 마음을 알 텐데. 나는 전국민이 한 번씩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면 좋지. 올라와서 땀 한번 흘려보고 ‘야 쟤네들 그냥 욕만 하는 게 아니구나’ 깨달아 봐야 돼.
어쨌든 동하님은 무대에 부딪혀가다보니 그 반응과 호흡을 익혔구나.
맞아요. 그게 제일 확실한 거니까. 유튜브와 다르게 무대에서 바로 반응이 오니까.
혹시나, 정말 혹시나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물어보는 건데요. 재형이 형이 ‘그런 지망생은 너무 적을 것이니 타겟층으로 삼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아무튼. 조크를 만드는 매커니즘,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돼요?
진짜 코미디언마다 다 달라서… 사실을 섞어서 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상관없이 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내가 보는 관점들, 살아가면서 겪는 것들이 주 바탕이 되는 거 같아요. 항상 안테나가 서 있는 편이에요. 지금 대화하는 순간에도 안테나가 서있고, 언제나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지.
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스탠드업은 다 쳐내고 쳐내서 핵심만 남기는 것이다’라고 했잖아요. 이런 방법에 있어서 동하 님이 작업하는 구조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농담 하나를 치려면 30초 내로 끝내야 한다거나, 문장 세 개 이상은 써야 한다거나. 스스로도 모르게 체화가 됐거나, 신경을 쓰고 있거나 하는 게 있어요?
있죠. 셋업에서 펀치라인으로 가기까지 도달이 짧을수록 좋다. 이건 절대적이에요. 예를 들어서, 내 앞에 있는 컵이 펀치라인이에요. 키 포인트가 되는 대사가 ‘이건 컵이야’라고 칠게요. 도입부를 이런 식으로 하겠죠.
내가 오늘 일어났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그래서 좀 걸었지. 햇살이 좋아서 걷다 보니까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네? 카페에 들어왔는데 사람도 많더라고. 저기서 와장창 소리가 들려서 가봤더니, ‘이거 컵이네’.
이런 구조가 있다고 쳐요. 그러면 ‘이거 컵이야’까지 가기 위해서 ‘날씨가 좋아서 걸었다’는 아무 필요 없죠. 없애요. 그러면 내가 카페를 갔다. 웅성거리더라. 컵이네?
최대한 짧게 가라.
무조건. 왜냐면 펀치라인은 빨리 나올수록 좋은 거거든. 여기서 하나 더 간다고 하면, 세 문장 만에 펀치라인이 나왔죠. 펀치라인 전에 재미없는 셋업이 길었잖아요. 그러면 셋업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대사를 넣을 수가 있어요. 이걸 ‘펀치 업’이랑 ‘쓰로웨이’라고 하는데, 집어넣고 빼는 작업을 계속 하는 거죠. 펀치라인으로 가기 위해 ‘땅 땅 땅’했다고 치면, 다음엔 ‘땅 땅땅 땅 빵!’.
결국 그런 것들이 우리가 말하는 호흡, 리듬이라는 뜻이죠.
리듬! 맞아. 리듬이에요. 그리고 한 시간 쇼를 하면 그날그날 컨디션과 상황이 다 다를 거 잖아요. 내가 준비한 게 스무 개가 있을 수도 있고 서른 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들의 순서를 많이 바꿔요.
세트의 순서를 바꿔요?
왜냐면 몸에 맞는 리듬이 있어요. 나한테 맞는 리듬. 무대에 오르면서 이 훈련이 다 되면 투어를 돌고, 완벽해지면 영상으로 푸는 거죠.
이걸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스스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다 보면 본인한테 맞는 호흡이 생긴다.
맞아요. 그리고 그 호흡은 코미디언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다르다. 무조건 다르다.
왜 질문을 했냐면, 코미디언 지망생들에게 팁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웃겨야 되는지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스몰 토크 같은 거 할 때 어떻게 재밌을 수 있는지.
일반적으로 대화하다 웃겨야지 싶으면 ‘무조건 꺾어야지’ 생각으로 대화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
앞에서 말한 거처럼 무조건 다르게 말하기?
무조건 꺾어야지. 평문으로 가다가 문장 끝에서 반전으로 꺾는다든지. 무조건 마지막에 반전을 준다는 생각으로 말하면 될 거 같은데요. 주위에서 농담하네, 실없는 소리 하네 해도 그 사이에서는 웃긴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럼 됐지 뭐.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뒤, 동하는 유유히 공연을 하러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장으로 같이 걸어가는 길에도, 그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뭐하고 사는지 계속 궁금해하며 질문했다. 나중에 술 한 잔 하자는 약속과 함께 그와 헤어졌다. 스탠드업이라는 무대에 선다는 건 누군가와 계속 소통한다는 뜻이다. 그가 스탠드업을 하는 게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서성경 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