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_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하여-
어제 당황스럽고도 끔찍한 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반 이슬람인 20대 호주 남성이 실시간 라이브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착용하고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한 것.
결국 그는 잡혔지만 49명의 사상자들 그리고 40명의 부상자들을 남겼고.
그로 인해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던 도시로 손에 꼽히던 크라이스트처치는
한순간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맴도는 도시가 되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15년 살던 나로서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헤글리 공원 근처 이슬람 사원은 내가 자취했던 집에서 고작 도보 5분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밖에 운전하다가도 거의 매일 지나치던 곳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그 친구는 내가 한국에 온 줄도 모르고
"지금 대학교에 갇혀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순가 받았을 때 솔직히 나는 뭔 일이 있나 싶었다. 누구의 실수로 문이 잠겼을 수도 있으니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던 나를 붙잡은 말은 "무사하냐"는 말 한마디였다.
그 후에 현재 사건에 대해 보다 더 디테일하게 듣게 되었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재 한국에 있는 나에게 집중해야 했다.
집에 오니 매일 켜던 텔레비전도 켜기가 싫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무겁기만 해 빨리 잠들고 싶었다.
오늘 새벽에 잠에서 깨 그 도시를 다시금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