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계의 시지프스

by 수수한

요가원에 가서

딱 몇 동작만 하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


내 몸이 썩었구나.

과격하고 저렴한 표현이지만 정말 이 단어가 가장 적합해서 이 동작, 저 동작 옮겨가도 계속 이 단어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렇게 선생님은 부단히

내 몸을 뒤틀고, 늘리고, 말고, 펴게 하시고

종국에는 그나마 덜 썩은 상태의 몸으로 만들어 주신 후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건네주신다.

그러면 나는 "나마스떼."에 바로 "감사합니다."까지 덧붙여서 돌려드린다.


또 열심히 이틀을, 혹은 나흘을 살고

다시 썩은 몸으로 요가원에 간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덜 썩은 몸으로 나를 돌려놓으신다.


사는 동안에는 모른다.

그곳에서 딱 몇 동작만 하면 느낀다.

아차. 내 몸이 썩었었지.

하루 종일을, 평생을 내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살아간다.


나는 부단히 썩게 만들고

선생님은 부단히 덜 썩게 만들고

우리는 참 부단하다.








오늘자 하늘.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닫고 찍은 사진인데 이렇게 쨍할 일인가.

며칠을 퍼붓더니 거짓말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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