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릴 수 있는 힘의 일부를 만년필이 줄 때가 많다. 어제는 무엇을 그릴 지 망설여져 늘어놓은 만년필들을 바라보고 당장 쓰고 싶은 색을 담은 만년필을 쥐었다. 이미 쥐는 것으로 그것의 색과 종이에의 부딪힘을 상상할 수 있다. 나의 만년필의 느낌은 손이 기억하고 있고 잉크는 내가 넣었으니까. 어제는 선명하고 풍부하며 큰 마찰감을 주는 녀석으로 그리고 싶었다.
일단 눈앞에 있는 한라봉을 그리기 시작하니 선을 더 그리고 싶어 다음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래서 작은 하루에 더 작은 네 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1. 맛있었던 한라봉 2. 듣기 좋았던 야단맞음 3. 누워 천장으로 손을 뻗어 책을 보던 작은 꼬마 4. 요가의 사바아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