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그림일기]작은 하루의 더 작은 이야기

2023.2.7

by 수수한

매일 그릴 수 있는 힘의 일부를 만년필이 줄 때가 많다.
어제는 무엇을 그릴 지 망설여져
늘어놓은 만년필들을 바라보고 당장 쓰고 싶은 색을 담은 만년필을 쥐었다.
이미 쥐는 것으로 그것의 색과 종이에의 부딪힘을 상상할 수 있다.
나의 만년필의 느낌은 손이 기억하고 있고 잉크는 내가 넣었으니까.
어제는 선명하고 풍부하며 큰 마찰감을 주는 녀석으로 그리고 싶었다.

일단 눈앞에 있는 한라봉을 그리기 시작하니 선을 더 그리고 싶어 다음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래서 작은 하루에 더 작은 네 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1. 맛있었던 한라봉
2. 듣기 좋았던 야단맞음
3. 누워 천장으로 손을 뻗어 책을 보던 작은 꼬마
4. 요가의 사바아사나

내 그림일기는 만년필의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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