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은 어떻게 써 내려갈까.
일단 첫 문장을 써내면 그 뒤는 키보드에 얹은 손이 써야 한다. 마치 어릴 때 했던 친구 등을 밟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뎠던 경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작고 가벼운 아이라 이 경기를 했을 때 그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등 위에 올라설 어린이가 되었다. 내 앞에 빠르게 등들이 놓이면 내 발걸음도 빨라지고, 내 앞에 놓인 등이 뜸해지면 잠시 멈추어 내 앞에 길이 놓이기를 기다렸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다리는 것뿐.
그러니까 내 글쓰기가 그런 모양새이다.
일단 등 위에 올라선다. 그리고는 다음 낱말이 떠오르면 재빠르게 옮겨 적고, 그렇지 않으면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은 채 잠시 멈추는 것이다. 어쩔 때는 정말 하염없이 멈추어 있기도 하다. 여기가 끝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좀처럼 다음 등이 놓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불쑥 낱말이 떠오르고 길이 생기면 단 한 칸이라도 폴짝 일단 내딯는다.
경기의 끝은 친구의 등이 더 이상 놓이지 않을 때까지이다. 이기든 지든 내려와도 좋다는 신호가 있을 때까지이다. 다만 이제는 내가 어디까지 낱말을 놓아야 하고, 더 기다려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저 멀리에서 이제는 끝!이라고 신호를 주는 심판이라도 서있으면 좋으련만, 애초에 끝을 모르는 글쓰기다. 내 글 쓰기는.
그러니까 아는 것은 첫 문장뿐. 첫 문장이 없으면 쓰기를 시작할 수 없으니까.
어디로 나아갈지, 어떻게 끝날지, 얼마만큼 쓸지를 쓰는 나조차도 전혀 모르는, 정해진 것 없는 글쓰기이다. 마지막 마침표는 찍긴 찍었는데 이게 진짜 마지막 마침표인지, 진짜 등 위에서 내려와도 되는지, 여기서 내려오는 것이 맞기는 맞는지 엉거주춤 내려와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는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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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브런치에 제목 없는 미완의 글을 하나 구겨 넣었다. 내려올 때도, 내려올 곳도 아직 못 찾은 '발행'버튼을 누르지 않는 글이었으니, 매일 쓰기로 한 약속을 여기 짧고 거친 토막글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