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위해 마련한 꼼수

나의 눈물겨운 글쓰기

by 수수한

언제나 투두 리스트는 머릿속에 가득 차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이것도 저것도 다 잘할 자신이 없으니 모두 공평하게 손을 놓아버리는 이상한 수순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나에게 요구한 일이 아니었는데 스스로에게 요구해 놓고서는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그 누구도 내가 피해 다니며 하루를 마쳤다는 것을 모르지만, 나 자신이 가장 알고 일기에 하루하루 찝찝함이 쌓이고 나를 용서하지 않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간다.


브런치 작가가 된 뒤 스스로에게 한 가지 요구를 했다.

'매일 쓰기'

이렇게 어마 무시한 단 네 자의 목표를 정해두면 지레 질려서 금방 손 놓을 것을 알기에 몇 가지 빠져나갈 나만의 룰을 만들어 두었다.


1. 단 10줄이라도 좋다.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서 새로운 독서 취미가 생겼으니 바로 작가의 인스타그램 검색이다. 작가의 얼굴을 보고 작가의 사진을 보고 덜 정제된 글과 댓글을 통해 살아있는 자들과의 대화를 보면서, 책을 통해 내가 상상한 작가와 매치시키는 작업을 한다. 사실 이게 좋다 좋지 않다고 판단을 할 수는 없는데, 나는 잘 쓰고 싶은 사람이니까 무엇이라도 닮고 배울 것이 없을까 더 가까이 살펴볼 수 있는 면에서는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여하튼 한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글쓰기 과정 모집글을 발견했다. 이미 지난 프로그램이었는데 타이틀은 다음과 같았다.

"단 10줄 쓰기."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나도 나 홀로 단 10줄만이라도 써보자 다짐했다. 물론 10줄도 못쓰는 날도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은 문장이 끝나지 않아도 가독성을 위해 줄을 확확 바꾸니까. 뭐 이것도 시적 허용 마냥 인스타그램적 허용이라고 해두자. 예술성을 가미한 걸로 인정.





2. 단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

나만보는 글과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내밀하게 공책을 마주하고 쏟아내는 글쓰기는 '매일 쓰기'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혹 비공개 설정을 해두었거나 브런치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저장만 해둔 글이라도, 온라인 플랫폼의 글은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3. 인스타, 브런치 어떤 플랫폼도 가능하다.

사실 브런치에 발행하는 것을 가장 지향하지만, 매일 쓰기라는 숙제에 시달리며 발행의 자격도 없는 글을 써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폭을 좀 넓혀 인스타에 끄적이는 토막글을 허용하기로 했다. 내가 브런치에서 너무나 애정 하는 기능인 작가의 서랍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글 호흡을 늘릴 필요가 있으므로 발행을 1일 1 글의 기준으로 한다면 호흡이 긴 글을 쓰기 만무했다. 며칠에 걸려 쓰는 글도 있고, 당연히 퇴고의 과정도 필요하므로 거칠게 쓰고 작가의 서랍에 미완의 형태로 구겨 넣은 글도 하루의 글로 쳐주기로 했다.




4. 정 글이 써지지 않으면 이전에 쓴 글을 뒤진다.

사실 브런치 작가를 만들어 준 글 세 편이 7년 전 글 두 편과 1년 전 글 한 편이었다. 우선 내 방을 열고 싶었으므로 작가 도전을 한 세 편의 글 중 두 편의 글로 수수한 브런치를 열었다.


그러고 나서 세 번째 글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또 예전에 쓴 글을 올린다면 이 공간에 새 글을 쓸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옛날의 내 글을 인정해주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지금의 나도 쓸 자격이 있는지 확인받기가 두려웠다. 내 계획서 자체가 명확한 하나의 주제가 있지 않았기에 무엇을 쓸지 고민되었다. 글을 썼던 지난밤들처럼 우선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썼다.


그래도 그래도 무엇을 쓸지 고민이 되는 날이 있다. 인스타에 짧은 글 말고 이쯤에서는 브런치에 조금이라도 긴 글을 올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쓰는 치트키. 과거의 내가 엮어놓은 곶감을 빼먹는 거다. 다시 읽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니, 발행 버튼까지 눌러내면 이것도 하루의 글쓰기로 쳐준다. '발행'버튼이 얼마나 무거운 버튼인데.

과거의 나에게 "잘했어!"하고 엄지 척 들어 올려주면 되지 뭐.

(사실 어제 발행한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_그림책 나는 퍼그"도 이 치트키를 쓴 것.)




5. 거친 글에 살붙인 새로운 글 인정!

원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했음을 알리고 기록에도 남기고 싶어서 발행한 날은 브런치 글의 일부를 따서 인스타에 올렸다. 그런데 매일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으므로 인스타에 쓰는 토막글로 매일 쓰기 글 대체하는 날들이 하루, 이틀 생긴다. 또 쓰다 보니 토막글이라도 좋아지는 문장이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의 글을 다음날 퇴고하여 브런치에 올리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 근본 없는 뒤죽박죽 두 집 살림을 하는 이상한 글쓰기를 하는 중인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다 내 새끼들인걸.

또다시 나에게 최면을 걸지만 퇴고도 분명히 글쓰기라 생각한다!




애쓴다. 애써.

우쭈쭈 하면서 나를 달래느라, 매일 쓰게 하느라

나. 진짜 애쓴다.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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