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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pr 01. 2023

[수수한그림일기]1학년의 유리알마음

2023.3.31

나의 일은

내 삶과 생활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과 사람들이지만

내 일기장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몇 있는데


나 자체가 다른 교실 이야기를 굳이 읽지 않고(이미 글보다 더 생생한 현장 속에 살고 있으므로.)

매일의 감격과 귀여움 포인트들은 가족들과 나누며

다른 노트에 끄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기장 안에서만큼은 직업의 옷을 벗어낸 나를 바라보고 싶어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안에 그저 '나'를 바라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일기에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끄적였다.


금사빠인 담임처럼

금사빠인 1학년


모든 연령의 어린이들은 매력이 있는데 1학년의 매력은 유리알 같다.

좋은 마음, 재미있는 마음, 행복한 마음을 체면 상관없이 서슴없이 내보인다.


(물론 반대의 감정도 역시 서슴없이 내보인다.ㅎㅎ

우리는 이것을 연습하고 있지.

다른 사람이 속상할 말은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칭찬과 좋은 말은 얼마든지 큰 소리로 이야기해요.)


간지러운 말을 맥락 없이 얼마든지 건네어도 안전하다. 단둘이 있을 때 속삭이며 나는 자신 있게 물을 수 있지.

"퀴즈~선생님이 우리 00이 사랑하게 안사랑하게?"

돌아올 대답에 대한 무안할 두려움 없이 하고 싶은 달콤한 지저귐을 지속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들도 맥락 없이, 느닷없이

"선생님이 00 초등학교에서 제일 좋아요!"-입학식 다음날 한 말.

(당연하지. 00 초등학교에서 본 선생님은 나밖에 없잖아.)

"나 너무 선생님 좋아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안아주고 싶어요."

(이미 묻지 않고 안은 어린이들이 더 많...)

나의 반응에 대한 무안할 두려움 없이 달콤한 지저귐을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유리알이 오래오래

좋은 마음을 서슴없이 표현하기를,

무럭무럭 자라도 그 마음은 계속 비추어 흘러나오기를 바라.

나의 마음도 그럴 테니.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작은 에피를 끄적이며 새어 나온 귀여운 마음들로 내 마음을 충전한다.


우리의 가득 채운 3월을 자축하며.

선생님이 그랬죠?

1학년은 울지 않고 매일 학교 오면 잘하는 것,

즐겁게 오면 정말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정말 정말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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