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일독을 권합니다.
문화의 꽃은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가 김홍도 시대에 못지않은 훌륭한 사회를 이룰 때에만 피어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워져야 한다.
작가의 책 마지막 단락을 읽었을 때,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 한 대목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나라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부끄럽게도 <백범일지>를 서른 넘기기 전 읽었다.
남의 땅 덜컹이는 낡은 버스에 몸을 맡기고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언제 읽어도 절절한 문장이다.
물리적으로 심장이 죄어오는 문장이다.
오주석 선생님의 마지막 문장도 못지않게 절절하다.
이 책은 오주석 선생님이 강의하신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인데, 입말을 살렸기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우리 그림을 보는 방법, 그림에 숨겨진 비밀과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던 그림도 새롭게 보이는 눈을 가지게 하였다. 그 재미가 새록새록하여 그림 한 번, 문장 한 번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재미를 넘어서는 더 깊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김홍도의 <씨름>은 보물로 지정되어있지만 사실 김홍도의 많은 작품 중 그만큼 훌륭한 작품으로 칠만하지 않다고 한다. <씨름>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수준 높고 빛나는 작품들이 많았을진대 일제강점기를 겪고 나서 우리의 문화재는 상당 부분 소실되었다. 그중에서 추리다 보니 씨름이 보물로 지정된 것이지, 우리 조상들의 예술작품들이 전승이 잘 되었다면 씨름은 보물로 지정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잃은 것은 우리의 문화재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정신과 혼도 동시에 사그라들었다. 친일 색채가 짙은 그림들이 버젓이 박물관에 전시되어있고, 영혼은 없는 빈 껍데기 같은 거짓 초상화를 위인이라 칭하다니 선생님의 애달픈 한탄에 내 가슴도 동시에 죄여 온다.
책을 읽고 나니 호랑이도 같은 호랑이가 아니요, 인물화도 같은 인물화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읽고 나니 호랑이에서도, 초상화에서도 혼이 느껴졌다. 우리의 혼이.
일제강점기 그리고 그 이후 제대로 된 청산을 하지 않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고 잊고 있는지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손상된 사고. 이 시대를 겪고 난 뒤 제대로 된 회복을 하지 못한 오늘날 우리의 역사의식이 아닐까.
우리 조상들과 빛나는 문화에 대해 제대로 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자조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대신한 것은 아닌지 물음표를 그려본다.
선생님의 우리 그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나는 당장 무엇을 할지 모르겠는데 덩달아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 마른침을 꿀꺽 삼키게 하신다.
선생님의 호통을 더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백범일지와 함께 이 책도 꼭 읽으시길 권해요. 저도 작가님 다른 책도 더 읽으려고요.
☝️김홍도 작품은 아이들도 익숙하니 함께 펴보고 설명해주면 재미있어해요. 그림의 비밀들이 나오거든요.
☝️이 책에 담긴 그림들을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의 소장가치는 이미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