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 없이 샀는데 쓰면 쓸수록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 이 센츄리 만년필과 누들러 잉크 렉싱턴 그레이 색상도 그렇다.
센츄리 만년필은 금닙 중에 가장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만년필인데, 그중 가장 저렴한 모델의 남아있는 색상이 얘 하나라서 선택의 여지없이 샀던 것이다. 즉, 다양한 색상이 있어 고를 기회가 있었더라면 나는 이 브르고뉴 색상을 고르지 않았을 테다. (추후 센츄리는 쓰면 쓸수록 내 마음에 쏙 들었기에 약간 더 비싼 모델로 마음에 더 쏙 드는 색상인 슈농소화이트를 구매했다지요. 닙 크기는 다릅니다.)
처음엔 배럴 디자인도 색상도 내 취향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외모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이 녀석은 쓰면 쓸수록 좋아서 내 마음속 1등을 달리고 있다. (물론 외모는 1등이 안된다. 미안) 여기에 도움을 톡톡히 준 잉크가 바로 누들러 렉싱턴 그레이 색상인데 여리여리 연필 색상과 같이 튀지 않아 강력한 특색은 없지만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잔잔히 쓰기 좋다.
센츄리브르고뉴 f닙이 쓰기에도, 필감도 딱 맘에 들어 이 색, 저 색 넣어 써보고 싶은데, 고민하다 이번에도 또 렉싱턴 그레이를 넣었다. 둘의 조합이 딱 마음에 들어서.
만년필과 잉크의 세계는 이렇게나 재밌다. 다양한 만년필, 다양한 잉크, 그리고 그 둘의 조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다양성은 증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