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한 하얀 옷을 입은 뱃사공 할아버지의 말이 정답다. 우리 네 식구는 대롱대롱 발을 뗏목 밖에 조르르 두고 담근 뒤 뱃사공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뱃사공의 말에 승객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공의 손끝을 좇는다.
50년간 떴다는 사공의 물수제비 솜씨는 일품이다. 그는 몇 번을 이 지점에서 돌을 던졌을까. 그가 던진 돌들이 하나, 둘 쌓여 저 아래에 작은 탑을 이루고 있겠지. 나는 그 경이로운 시간이 만들어낸 우아한 물수제비의 몸짓에 기필코 내 감동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아주 크게 박수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크게 소리친다.
"멋있어요!"
물수제비를 너무 떠서 팔이 아파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는데 다 보여주었으면 진짜 놀라겠네 너스레를 떤다.
몇 번을 반복했을지 상상도 못 할 그의 이야기는 살뜰하고 다정하다. 이곳도, 이 이야기도 처음인 나는 마치 이 이야기를 처음 하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듣고 있다.
"우리 뗏목은 지금 부산을 지나고 있어요."
"이 지점이 우리 마을에서 가장 깊은 곳이에요."
그가 몇 번이나 말한 '우리 뗏목'이란 말은 참 듣기 좋았다.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 나도 우리 뗏목을 금세 좋아하게 되었다.
거슬러 올라오는 길. 우리 곁으로 와
"이쪽 편은 물수제비 가까이서 못 보여드렸으니 보여드릴까?" 하며 주머니의 돌을 만지작 거린다.
"네!" 하며 큰 박수를 친다.
이번의 물수제비는 전의 것만 못하였으나 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답다. 나는 우렁찬 박수를 친다. 한 번 더 보여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과 가장 큰 박수를 치고 싶던 나의 마음이 뗏목 위에서 만난다.
작은 꼬마는 몇 번이고 몇 분이 되었냐고 묻는다. 출발 전 30분가량 걸린다는 사공의 말을 기억하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해서다. 우리 뗏목은 시작점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여 덧붙이는 말로 기껏 고른 말이 "정말 재미있었어요."였다. 그는 다른 승객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같은 감사의 인사를 나에게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