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밤이 안녕하길.

by 수수한

혼미할 수준의 비라

나서기 전에 싱숭생숭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섰는데

단단히 먹은 마음이 머쓱하게 밖은 그럭저럭 여전했다.

나란히 각자 우산을 쓰고 걷는 커플의 잡은 손에 눈이 간다. '손이 젖어도 다정해라 난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 하다가, '아 나는 우산을 따로 쓴 적이 없지.' 하고 이내 생각을 거둔다. 더 찰싹 붙어 다녔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나섰다.

어떻게 보면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인고 하면

오늘이 반납일인 도서관 책 반납하기

간 김에 빌려오기

요가하고 오기였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우산을 잡고 돌아와야 하니 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말을 늘어놓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하나를 더 하고 온 셈이 되었다.


나는 여전한 일들을 마치고 돌아왔다.

비는 더 쏟아부었고

냇가와 같이 물이 흐르는 도로가 무섭게 느껴지고

내가 아는 길과 달리 생경하게 느껴질 때쯤

이제는 여전하지 않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올라왔고

바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어 안온한 공간에 안착하였다.


여전하지 않을 오늘 밤을 보낼 누군가의 안위를 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