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지 않았다... 더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단정 짓는 아이들... 작은 버팀목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p189) -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실제로 느꼈던 이런 안타까움이 이 소설을 쓰게 했다고 한다. 그 시절 작가에게도 필요했을 이야기를.
'민아... 자신은 가질 수 없는 많은 것들... 새 아이폰,... 나만의 방, 값비싼 아이돌 굿즈 앞에서 찌르르해지는 이 기분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지글지글? 부글부글? (p8-9)' - 나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어머니와 단칸방에서 대학 시절까지 보낸 셋집. 몇 가구가 공용 화장실을 써야 했고, 나만의 방은 소설 속 민아처럼 꿈도 꾸지 못했었다. 학교에 가면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일제 연필, 연필깎이, 값비싼 가방, 보온도시락통 등을 자랑해 보였다. 나도 그 찌르르해지는 기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은 것 같다. 돌아보니 거기에는 오래전 작고하신 외할머니와 지금도 함께인 어머니의 사랑 덕분임을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 감사드립니다. 외할머니! 어머니!
왜 이렇게 아껴 두고 읽고 싶지. 낯선 사람이나 환경과 친해지는 그 과정이 사실 좋다. 책도 마찬가지. 작가가 다양한 고민을 하며 산통을 겪듯 만들어낸 창작물인 책. 그 첫 문을 열고 들어서서 여기저기를 알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것들이 점점 익숙해지는 이 과정이 너무 좋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잠시 읽다가 일어서고 빙빙 돌다가 다시 앉아 읽고 있는 이 순간이 좋다.
S 도서관 첫 입문! 여기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마지막 부분이 다가올수록 왜 이렇게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대목이 많은지. 이제 안도의 숨을 쉬며 세 아이(민아, 아린, 무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아프지만 따뜻한 책. 알면서도 또 당했다. 이런 건 사실 계속 당하고 싶다. 수고 많으셨어요! 김하연 작가님!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전작에 실렸던 창작 노트는 '당신의 삶이 늘 행복하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껄끄러웠다. 늘 행복하기만 한 삶은 어디에도 없기에 왠지 거짓말을 한 기분이었다. 우리의 삶이란 표지판 하나 없는, 어떤 갈래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 수도,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을지도 모르지만 문득 내리쬐는 햇별과 우연히 만난 좋은 동행자 같은 소소한 행복들이 분명히 존재하 길. 그 길에 어면 행운이 찾아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아무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