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가장 멀리 갔을 뿐 아니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경험을 준 수련회가 있었다.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원도 어딘가에 내려, 거기서 또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어느 산골.
그곳에 지금은 소천하신 대천덕 신부님이 1965년에 설립한 <예수원>이 있었다.
추운 겨울, 온종일 침묵하며 방마다 구석구석에 앉아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드렸는데 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식사 때가 되면 그곳에서 제공해 주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하루에 몇 번의 예배도 드렸던 그때 그 시절, 이 기억들을 소환해 준 책이 바로 대천덕 신부님의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 1>이다.
오랫동안 서재에 잠자고 있었던, 이사하면서 책 정리하다가 발견하게 된 책, 마치 내가 판 중고책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 듯한 놀라움을 느꼈다.
1982년에 출간, 1985년 4판, 정가 3,200원. 맨 뒤 페이지에는 내 이름과 그 당시 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수 십 년 전의 나의 필체가 낯설다.
요즘 교회에서 듣기 힘든 주제들에 대해 말씀만으로 풀어주시는 신부님의 영성 있는 글들을 묵상하듯 읽으며 나의 믿음을 돌아 보고 있다.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요사이 미국에는 "자아를 성취하십시오(Fulfll yourself)"라는 인본주의자들의 표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뜻보다는 우리의 뜻을 좇아 살라는 사탄의 음흉한 속삭임입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것(Fulil God's Will)"이 삶의 최고의 목적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우상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혼한 우상이 '자아(self)'라는 우상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찬이 되는 것도 이 '자아'라는 우상을 섬기기 위함인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들은 성령받기를 간구합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서 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 같은 영적인 싸움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성령을 받으면 영적 엑스터시를 얻는다거나 자기가 유명해 질 수 있다거나 하는 자기를 위한 인간적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