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협 Oct 11. 2024

#김승옥 작가

뜬 세상에 살기에


<신형철의 결 따라 책 읽기 5>

작년 여름 김승옥 선생을 처음 만났다.
범우 문고 <무진기행>에서.

그 당시 읽었던 몇 권의 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그에 대한 소감 기록은 없었다.
읽었다는 독서기록 말고는.
흐릿한 기억조차 없다니.
기록하지 않으면 이렇게 '텅'이 된다.

신형철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2018)
부록에 담긴 '추천사 자선 베스트 10'에서
다시 선생의 이름과 책을 소개받았다.
바로 김승옥의 <뜬 세상에 살기에>(2017)이다.
부끄럽지만 그때만 해도 <무진기행>을
쓴 작가로는 인식하지 못했다.

이 책은 1977년에 나온 선생의 오래된 수필집의
초판 복간본(세로쓰기)과 가로쓰기로 된 개정판이
세트로 2017년에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도서관에서 초판 복간본을 대출했다.
세로 쓰기로 된 것으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활자가 흐린 부분도 있고, 자꾸 읽다가
탈선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치 그 당시에 나온 책을
손에 들고 읽는 느낌은 뭐라 표현할 수없이 좋았다.
.
개정판이 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두벌 책 읽기는 이것으로 했다.
목차가 완전히 뒤바뀐 사실과
역시 읽기 편한 것은 가로쓰기구나, 했다.

그렇게 나는 삼십 대 중반의 선생을 재회하면서
한층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40년 전에 출간됐지만 책에 실린 글 중에는 휠씬 더 오래 전에 쓴 것도 있다. 1960년 4월 19일의 기억,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결과를 확인한 순간의 기쁨과 두려움, 문 학동인지 <산문시대>를 만들면서 동인들과 문학청년으로 산 시간들, 서울과 순천을 오가던 길에서 스친 풍정과 사람, 생각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듯 내 안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립고 미안 한 이름들 얼굴들...... '(p4-5, 40년 만에 쓰는 서문 중에서)

◆ 두벌 책 읽기 하다가 그 몇을 쓰다

두벌 책 읽기를 가로쓰기로 된 개정판으로 하고 있다. 초판 복간본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읽기는 훨씬 편하다. 어느 것이 더 좋다 보다 이 두 권을 다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식으로 기획한 출판사 예담에 감사의 표를 하게 된다. 이 개정판에 신형철 작가의 추천사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게 한 그 문장들을 재회하는 기쁨을 가지고 다시 읽기 시작한다.

'나로서는 소설 쓰는 일처럼 싫은 일이 없다. 소설 쓴다는 말은 물론 구상부터 발표까지의 과정을 통틀어 하는 말이겠는데, 나는 그 모든 과정이 싫어 죽겠다.'(p12) - 소설가가 소설 쓰는 모든 과정이 싫어 죽겠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 가운데 나온 선생의 소설들을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인간을 대하는 문학의 기본 태도를 모범적으로 예시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선생은 또 겸손하게도 '이렇게 쓰여서 발표된 글이 설령 많은 독자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나로서는 마치 아무 목적 없이 휘두르는 편치가 상대편의 급소에 맞아 상대편을 거꾸러뜨린 권투 선수가 느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p17)고 했다. 이런 인고와 겸손으로 만들어진 선생의 소설들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

'남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아무 이유 없이도 소름이 끼친다. 나의 공포감도 단순히 지하의 시가 울음 같기 때문만 일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p52) - 2022년 작고하신 고 김지하 선생이 1970년에 낸 시집<황토>의 발문을 김승옥 선생이 적었다. 이 글은 그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김지하 선생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분의 책을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여전히 나에게는 무명한 분이다. 그분의 이력을 검색해서 쭉 읽어 보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1982)이라는 시집이 빨간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여하튼 이 해가 가기 전에 김지하 선생의 책을 읽어 보려 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소개받는 이 순간이 참 좋다. 곧 만날 생각에 설렌다. 김지하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뒤에도 나와서 여기에 담아 둔다. '<새세대>에서 일한 덕택에 나는 많은 친구를 알게 되었고... <새세대> 사 안에 야전침대를 들여놓고 자취하는 가난뱅이라는 이유로 문리대 안의 '거지'들이 매우 우호적으로 접근해왔고... 그 '거지'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가까이 지낸 친구들은... 시인 김지하... 김지하는 막걸리로 점심을 때우는 게 일쑤였고.'(p106-7)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

#김승옥 #뜬세상에살기에

작가의 이전글 #김건우 목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