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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Aug 01. 2019

프로젝트2501(인형사)은 생명체일까?

공각기동대 리뷰 / 인형사를 변호한다.

  멀지 않은 미래(많이들 말하는 근미래...) 인간의 기술은 고도로 발달하여 신체기관이나 장기를 의체(인공 신체)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전뇌화'라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뇌를 인터넷 망에 연결할 수 있게 된다. 공안9과의 쿠사나기 소령도 이런 '의체화'와 '전뇌화'를 통해 만들어진 특수요원이다. 공각기동대(1995)는 도심 속 쿠사나기의 자유낙하와 함께 시작된다. 공안9과가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이유는 가벨 공화국이 외무부가 진행했던 중요 프로젝트의 연구원을 유출했기 때문인데 합법적인 절차로 유출을 막지 못할 경우 외교관과 연구원을 암살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국가로 납품되는 의체를 생산하는 메가 테크사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공장이 스스로 가동되어 의체하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그 의체에 알 수 없는 고스트(일종의 영혼)가 자리 잡더니 공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 그 의체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자세한 검사를 위해 의체는 9과에 보내졌다. 사실 이 의체에 자리 잡은 고스트의 이름은 '프로젝트2501'로 공안6과가 외교적 이익을 위해 해킹을 통해 정치공작이 가능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어떤 일인지 통제가 되지 않았고 이런 정치공작의 시도가 국제사회에 공개될 경우 외교마찰을 빚을 거라 생각해 공안6과는 이것을 막기 위해 프로젝트 2501의 고스트를 쫓고 있었다. 여러 더미(dummy, 인형)를 이용해 공안6과의 수사망을 피하는 모습에 '인형사'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 프로그램은 공안6과의 보안 방어막에 막혀 메가 테크사의 의체까지 들어오게 되었고 본인을 회수하러 온 인간들에게 인형사는 갑작스럽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https://www.youtube.com/watch?v=kz88uZwDW-Q&t=1s


겐다테쇼(공안6과책임자) : 자네들 9과도 외무장관 통역의 고스트 해킹 사건 때 놈을 만났겠지 우리 6과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인형사'를 계속 쫓아왔지 '윌리스'가 이끄는 팀을 만들어 '인형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분석했고 그 범죄 경향과 행동 패턴을 알았지 그리고 놈에게 대비한 특수 공격성 방어벽을 구축해서 놈이 의체에 들어가게 유도했지 놈이 의체전뇌에 접속하길 기다려서 접속한 순간 본인을 암살한다. 어쩌다 9과로 오게 됐지만 '그놈'은 미국 출신이고, 미국 협력으로 잡은 것이니 우리 손으로 회수하고 싶네! 불만 없겠지?

(이 당시 공안9과는 인형사가 공안6과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아닌 해킹을 통해 범죄를 일삼는 미국출신의 범죄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 아무래도 비밀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공안6과가 인형사를 회수하고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라마키(공안9과책임자) : 놈의 시체는 어딘가에서 누군지도 모른 채 발견된 단건가...


인형사(프로젝트2501) : 시체 따윈 없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육체는 없었으니까...


겐다테쇼(공안6과책임자) :  센서가 작동했었나? 왜 미리 말 안 했나?


연구원1(공안9과연구원) : 외부 컨트롤은 차단되어 있어요, 의체 스스로 내는 소립니다.


인형사(프로젝트2501) : 의체에 들어간 건 6과의 공격성 방어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해서였지만 여기에 이렇게 온 것은 나 자신의 의지다. 하나의 생명체로써 정치적 망명을 희망한다.




인형사가 말하는 생명체란 무엇인가?


  인형사는 분명 "하나의 생명체로써 정치적 망명을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증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정치적 망명을 희망한다고 하는 목적 보다. 스스로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는 인형사의 확신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생명체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인형사와 비교해본 후 생명체임이 전제되면 그제야 생명체의 정치적 망명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도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생명이 있는 물체를 생명체라고 부르는데 생명이란 1)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등이다. 아무래도 작 중 인형사가 말했던 것처럼 생명체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으면서도, 현대 과학은 아직 생명체를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생명체와 생명체가 아닌 것을 비교해보면 생명체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체(생물)는 자기 증식능력, 에너지 변환 능력, 항상성 유지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생물이 아닌 것 일명 '무생물'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자기 증식능력, 에너지 변환 능력, 항상성 유지 능력의 유무로 인형사가 생명체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① 물질대사를 하는가?, 항상성 유지를 하는가?

  물질대사란 체내에서 필요한 물질이 합성이나, 분해되는 반응을 말하는데 의제화를 거친 쿠사나기 소령이 "체내에 이식된 화학 플랜트 덕분에 혈액 중의 알코올을 수십 초 내로 분해해서 말짱해질 수 있다."라는 대사로 미루어볼 때 취하는 것도 또한 자연적 알코올이 분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확인된 바 없으나 일반적인 의체는 전기(에너지)의 출입을 통해 동력을 갖추기 때문에 대사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알코올 분해를 통해 원래의 취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보아 항상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정교하고 복잡한 체제로 이루어져 있는가?

  식물이건 동물이건 모든 생물은 세포의 집합이라는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 '정교하고 복잡함'이라는 단어만 보았을 때 의체도 인간 못지않게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 의체화한 인간들도 엔지니어의 도움 없이는 그들의 몸(의체)을 치료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발생과 성장을 하는가? , 적응과 진화가 가능한가?

  정보의 바다에서 만들어진 생명체이자 의체로 된 생물의 한계점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많은 인간이 전뇌화와 의제화를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속 세계관에서 '발생'과 '성장'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세포가 커지거나 어느 정도 분열하고 나서는 세포의 죽음 즉 노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신체의 노화를 막기 위해 '의체화'하고 있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사례로 인형사가 반박한다면 인간들은 할 말이 없다.

  또한 애초에 의체화라는 것이 인간이 극복하기 힘든 환경을 극복해내기 위해 만들어낸 과학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에 인공적이긴 하나 적응과 진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의체화 할 돈이 있으면 진화가 가능하고, 그럴 돈이 없으면 적응할 뿐이다. 스스로가 들어갈 의체를 직접 만들어 내고 그 의체에 고스트의 이동을 해냈던 인형사에게는 오히려 진화만 있을 뿐이다.


④ 생식과 유전이 가능한가?

  사실 상 생식과 유전은 인과관계이다. 생물이 자신과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보존하는 것이 생식이고, 그런 생식의 결과로 선대의 성격, 체질, 형상 등의 특성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을 유전이라고 한다. 극 중에서도 이런 생식과 유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쿠사나기가 납치된 인형사를 탈환하게 되자 쿠사나기는 바트를 통해 인형사에게 다이브를 시도한다. 그리고 다이브에 성공한 인형사는 쿠사나기 소령에게 '융합'할 것을 제안하고, 융합에 성공한 두 인격체는 인형사도 쿠사나기도 아닌 새로운 인격체로 다시 태어난다.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융합은 일종의 (정신적) 생식활동이라고 볼 때 인형사의 표정과 쿠사나기의 목소리를 물려받은 새로운 인격체는 분명한 인형사와 쿠사나기 소령의 자손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과 닮은 개체를 만들어냈고, 선대의 성격, 체질, 형상이 전달된 생식과 유전 과정이 잘 이루어진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부질없는 내 증명이 인형사의 정치적 망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본인이 생명체임을 증명하더라도 모든 생명체(개, 닭, 해바라기 등)가 정치적 망명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 망명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의 고유권한이라면 다시 한번 본인이 인간임을 증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임을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생명체로써 망명을 신청한 것 같다...)

  하지만 인형사가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겐다테쇼(공안6과의 책임자) : 가령 네가 고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범죄자에게 자유는 없어 망명처를 잘못 골랐군


인형사(프로젝트2501) :  나는 사이버 보디를 얻었기 때문에 죽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나라에는 사형제도가 없다.



위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① 인형사를 범죄자로 보고 있다.

- [범죄자(者) = 인간으로 볼 때]

② (사형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사이버 보디(의체)를 얻은 생명체는 죽일 수 없다.

- [사형제도에 의해 처형될 수 있다 = 인간으로 간주한다.]

- [의체를 얻은 생명체를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면, 쿠사나기 소령도 자유로울 수 없다.]



  쿠사나기 소령과 인형사와의 극적인 만남이 배경이 되었던 근 미래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인형사는 정치적 망명에 성공했다면 부디 내 PC로 흘러드러 와 당근을 흔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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